[취재수첩] 패션업계 바라보는 서울시의 시선

입력 2015-10-14 18:09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열정페이’가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은 건 분명히 잘못이고, 개선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국내 디자이너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도 조금은 이해해 줬으면….” 기자가 만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2016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1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열리는 국내 최대 패션컬렉션인 서울패션위크엔 올해 60개 업체가 참가한다. 매출 등의 정량평가와 글로벌 경쟁력, 상품성, 성장 가능성 등 정성평가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

올해 심사에선 한 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열정페이 관련 사회적 책임이다. 열정페이는 청년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 일부 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뜻하는 말이다. 올초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열정페이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서울시가 급히 이 항목을 추가했다. 열정페이로 물의를 일으킨 해당 디자이너들은 모두 패션위크 참가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근로 조건까지 심사 기준에 추가될 전망이다. 陸?결성 여부, 직원 연봉 수준, 근로 시간 등 근로 조건을 업체 선정 기준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번 춘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60개 업체의 근로 현황에 대해 조만간 전수 조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업체들에는 내년부터 평가 때 가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대기업과 수입 브랜드 등을 제외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연간 매출은 42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패션업 종사자가 3000여명인 데 비해 매년 패션디자인 계열 학과에서 34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열악한 여건에서 빚어진 노동력 공급 과잉 현상은 열정페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불러왔다.

이런 관행을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열정페이 관행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노조 결성 여부와 직원 연봉까지 모두 고려하겠다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관행을 없애는 것과 함께 패션업계가 처한 현실도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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