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수 6년 새 480→874…소속 변호사 수는 점점 감소
변호사 증가와 시장불황 겹쳐 안정적인 로펌 선호 두드러져
[ 양병훈 기자 ] 변호사 A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2012년 수도권 위성도시에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그러나 사건 수임이 녹록지 않자 지난해 정리하고 변호사가 다섯 명인 서울 서초동의 작은 로펌에 들어갔다. A씨는 “의뢰인이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호하는 면이 있어 사건을 수임하는 데 더 낫다”며 “사무실 임차료와 사무직원 월급 등 각종 비용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법률시장이 개인 변호사 중심에서 소형 로펌 위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로펌도 전보다 덩치가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 수 증가와 법률시장 불황, 전문변호사 선호현상 등이 맞물려 나타난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펌 수 느는데 소속 변호사↓
한국경제신문이 13일 대한변호사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 일반 법무법인 수는 2010년 480개에서 2012년 630개, 2014년 819개로 최근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올해는 8월 기준으로 874개가 됐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평균 변호사 수는 2010년 9.8명, 2012년 8.4명, 지난해 7.8명으로 줄었고 올해 8월에는 7.6명까지 떨어졌다. 로펌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로 중대형 규모인 법무법인(유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법무법인(유한)은 2010년 10개에서 올해 8월 33개로 늘었다. 그러나 로펌당 평균 소속 변호사 수는 같은 기간 75.8명에서 59.5명으로 크게 줄었다.
법무법인(유한)은 구성원이 무한 연대책임을 지는 일반 법무법인과 달리 특정 사건에 관여한 변호사만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형태를 말한다. 다만 회계처리 기준에 따른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하고 출자금이 일반 법무법인(1억원)보다 많은 5억원이어서 중형 이상에 적합하다.
변호사 세 명이 있는 서초동 로펌에서 일하는 B씨는 “예전에는 재판을 하다 보면 상대편으로 개인 변호사를 만날 때도 많았는데 요즘은 유명하지는 않아도 거의 로펌 소속 변호사가 나온다”며 “개인 변호사 시대는 지나고 소형 로펌 위주의 시장이 되고 있다는 게 변호사업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청년 변호사들, 경력 인정받는 로펌 선호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변호사 수 증가와 법률시장 불황을 들 수 있다. 등록 변호사가 2만명이 넘을 정도로 최근 10여년간 급격히 늘어나면서 작은 로펌을 설립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여기에 법률시장 불황이 겹쳐 개인 변호사 사무소보다 안정적인 로펌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겼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개인개업 변호사들이 작은 로펌을 찾아서 들어가거나 친한 변호사끼리 로펌을 새로 설립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수입은 소형 로펌보다 개인 변호사가 더 낫지만 법무법인이 안정적이고 경력 측면에서도 더 높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청년 변호사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 협회장은 “여러 명이 모여있으면 사무실 임차료 등 각종 경비를 절약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로펌은 대부분 별산제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경험 있는 변호사가 같은 로펌에 있는 젊은 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지도하며 사건을 함께 처리하고 수임료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복잡한 사건이 들어오면 비슷한 경력의 변호사끼리도 팀을 이뤄 같이 일한다.
변호사 일곱 명이 있는 법무법인 콤파스의 김형석 변호사는 “최근 사건 유형이 다양해지고 특정 분야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 혼자 하기에는 힘에 부칠 때가 있다”며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로펌 내 다른 변호사와 협력한 뒤 수익을 나눈다.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것보다 로펌이 전문성 면에서 더 낫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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