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째 '적십자 바자'…김윤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
고위 공무원·기업 임원 부인 등 물품 내놓고 일일 판매원 나서
매년 2만명 찾아 행사장 '만원'
[ 이미아 기자 ]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B1홀에서 열린 ‘2015 적십자 바자’ 행사장. 입구 오른쪽에 마련된 ‘기증품 코너’ 진열대 앞엔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입간판엔 ‘구입 수량을 1인당 3점까지로 제한합니다’고 쓰여 있었다.
“저희 행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이에요. 주로 고위직 공무원이나 민간기업 임원의 부인들이 애장품을 내놓는데, 품질이 워낙 좋다보니 입소문이 나 아침부터 줄을 섭니다.” 2002년부터 13년째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윤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이같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어머니도 1970년대부터 적십자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셨다”며 “2대째 이곳에서 일하며 매년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게 정말 보람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 바자는 1984년부터 시작됐다. 올해가 32회째다. 홍삼을 비롯한 건강식품과 의류, 생활잡화, 농축수산물 등 바자에서 파는 물품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번 바자 행사엔 정부부처 및 공기업, 민간기업, 대사관 등 총 90개 부스가 마련됐다. 특히 각 부스에서 전·현직 고위공무원 및 기관장 부인과 민간기업 임원진 부인, 각국 주한 대사 부인들이 일일 판매원으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1년 모금액 중 약 40%가 이 바자에서 나온다”며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모이면서 최근엔 매년 약 2만명이 행사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또 “나눔의 마음 앞에선 국경과 지위의 벽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현장에 올 때마다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골프공과 장갑 등 골프용품을 판매한 KEB하나은행 부스엔 함영주 은행장이 직접 방문했다. 함 행장은 “제 아내가 대한적십자사에서 봉사활동을 한 지 6년째”라며 “이번 바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완전 통합한 뒤 두 회사 임원 부인들이 함께하는 가장 큰 규모의 봉사활동이라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자히드 나스룰라 칸 주한 파키스탄 대사의 부인 라힐라 나스룰라 칸 씨는 “올해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했고, 파키스탄을 대표해 한국의 적십자사를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특히 이번엔 주한 대사 부인들 모임인 ‘ASAS(서울외교대사부인협회·Ambassador Spouses’ Association of Seoul)’의 부스를 별도 배치해 각국 대사 부인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인이자 대한적십자사 수요봉사회 내 ‘골든반(전직 장·차관 및 공기업 기관장 부인들의 봉사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정혜 씨는 “우리가 비록 어려운 사람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뛰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후원하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수요봉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누군가는 봉사해야 하고, 공직자의 부인이라면 마땅히 그 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봉사를 통해 사회와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스스로도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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