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Industry] 'IFRS발 부채 폭탄' 보험업계 초비상

입력 2015-10-13 07:01
수정 2015-10-16 14:55
기업 재무

2020년부터 'IFRS 4' 개편
보험부채 원가 아닌 시가로 평가
과거 고금리로 판 상품 문제
가용자본 급감·지급여력 추락
자본잠식 보험사 속출 가능성


[ 하수정 기자 ]
2020년으로 예정된 국제회계기준(IFRS) 개편을 앞두고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토록 해 투자자나 채권자에게 보험회사의 재무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리자는 취지지만 부채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등 일부 보험사는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5년 뒤에는 보험사 재무구조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보험회계기준 개편

한국은 2012년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기업들의 ‘재무 언어’인 IFRS를 전면 도입했다. 그 이전까지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을 사용하면서 한국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 회계처리했다. 하지만 IFRS를 도입한 이상 한국도 국제적인 회계기준 변경 트렌드에 맞춰 회계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게 불가피해졌다.

가장 큰 변화를 앞둔 업종은 보험업이다. IFRS 기준서들에는 다루는 내용에 따라 廢0?매겨져 있는데, 보험은 4번 기준서(IFRS 4)를 따른다. IFRS를 제·개정하는 단체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단계에 걸쳐 IFRS 4 기준서, 즉 보험 관련 회계기준을 고치는 이른바 ‘IFRS 4 2단계 개정’을 2020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IFRS 4 2단계 개정의 핵심은 보험부채(책임준비금) 평가 방법을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는 시점에 해당 고객에게 향후 지급할 보험금과 해약 환급금을 부채로 쌓아놓아야 한다. 이때 보험사는 가입자 사고 발생 확률, 중도 해약 확률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가정해 미래 지급할 돈을 추정한 뒤 이를 일정한 할인율을 사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쌓는다.

그동안은 계약 시점에 한 번 가정한 변수를 그대로 사용해 부채를 쌓았다. 하지만 IFRS 4 2단계를 적용하면 계약 시점이 아닌 평가 시점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 부채를 재평가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가 과거 고금리 시대 판매했던 상품들이 큰 문제가 된다. 2000년대 초반 이전까지 생보사들은 높게는 연 10%대의 확정금리를 주는 보험을 대규모로 팔았다. 이런 고금리 상품에 대해 현재는 계약 시점의 고금리를 할인율로 계속 사용해 부채를 쌓아도 된다. 그러나 IFRS 4 2단계가 적용되면 현 초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연 1~4%의 할인율로 보험부채를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생보사들은 ‘IFRS발(發) 지각변동’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채가 급증하고 가용자본이 줄어들어 재무건전성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본잠식 보험사 속출 가능성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IFRS 4 2단계 시행 시 국내 생보사들의 가용자본(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 포괄손익 누계액 등을 합친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때 쓸 수 있는 돈)은 58조원에서 23조원으로 60%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평균 286%에서 115%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RBC비율이 감독 기준 마지노선인 100%에 못 미치는 회사도 8곳 생길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 4 2단계가 시행되면 자본잠식을 당하는 보험사가 속출할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적으로 수십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의 매출(수익)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IFRS 4 2단계에서는 저축성보험 관련 수익을 매출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은행 적금과 비슷하기 때문에 ‘보험 매출’로 볼 수 없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저축성보험 위주로 영업해온 보험사들은 매출이 최대 3분의 1 토막 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IFRS 4 2단계 개정안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보험사들의 회계 투명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단기 성과에 집착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았던 보험사들의 상품 판매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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