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증권부 기자) 영어 표현 중에 ‘은행가의 시간(bankers' hours)’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주요은행들과 1960년대까지 미국 일부지역 은행의 업무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일부지역은 오후 2시)까지였던 데서 나온 표현이라고 합니다. ‘외부인이 보기’에 은행의 근무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진 까닭에 ‘쉬운 일’이나 ‘짧은 근무시간’을 나타내는 관용어구로 오래 쓰였다고 합니다.
오늘날은 시대상황이 변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주요 은행의 업무 마감시간은 주별로 오후 4~5시로 3시에 창구영업이 끝나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일부 대도시 번화가에선 오후 6시까지 창구업무를 보는 영업점도 있다고 하네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한 발언의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금융계 근무자들 사이에선 “은행의 진짜 큰 업무는 창구 문을 닫은 뒤에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볼멘 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 은행 직원들이 창구 문을 연 시간에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은행업의 노동강도와는 별개로 최 부총리가 사문화 되다시피했던 영어표현 하나를 한국에서 되살린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 몇자 끄적여 봤습니다. (끝)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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