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마켓에게 길을 묻다⑦<끝>]안유화 예탁원 연구원 "中 정부, 금융시스템 건전화 드라이브 걸 것"

입력 2015-10-12 09:56
[ 채선희 기자 ]

혼돈의 주식시장, 변덕스러운 Mr.마켓에게 길을 묻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리얼타임 증권전문 미디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자들이 한국증시의 대표적 마켓리더를 인터뷰해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해법과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G2'(미국, 중국) 불확실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정책 정상화와 함께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감은 글로벌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금융·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연구원 객원연구원(사진)을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현재 중국은 '투자' 아닌 '투기' 시장…단기 예측 불가능"

"현재의 중국 증시는 투기 시장과 다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 전망에 대한 단기 예측은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위원은 중국 증시를 이렇게 표현하며 "투기시장의 중심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는 개인 투자자가 일일 거래량의 82.5%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각종 경제지표나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과민 반응이 나타난다"며 "이는 쏠림 현상으로 연결돼 폭락·폭등세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가 투기시장이라는 특징은 주식 거래량과 주가 지수의 관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거래량과 주가지수 관계가 불명확한 선진국 시장과 달리 중국은 거래량이 많아지면 주가 지수가 올라가고 그 반대의 모습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이는 가치투자 시장이 아니라 단기투자 중심, 즉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3500선으로 분석되지만 그간 중국 증시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재한 채 대외 요인만으로 속절없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등 외국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채널이 생기면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됐고, 중국 금융기관들이 개인 투자자들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면서 증시가 폭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증시는 곧바로 폭락장이 나타났다. 분산투자를 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세를 확대하면서 증시가 주저 앉은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5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중국 증시는 두 달여맙?2800선까지 주저 앉은 후 현재 3000~3100선을 중심으로 지지부진한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 "기관투자가 확대·파생금융상품 시장 커질 것"

안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증시의 폭등·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자본시장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제 능력이 강한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데 있어선 약한 모습을 드러냈고, 제대로 된 관리 능력과 시스템 건전화가 바탕이 되지 않고선 시장 개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금융시스템 건전화를 위해 '기관투자자 육성'과 '금융상품 다양화'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중국 내 기관투자자들은 90% 이상이 국유기업으로 정부와 공산당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균형 가격에 도달해 주는 역할을 해줘야만 중국 증시가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정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2013년 출범과 함께 '금융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을 제시, 기관투자자 육성을 선언했다. 후강퉁, 선강퉁(선전·홍콩 증권거래소간 교차거래)을 통한 중국 자본시장 개방도 기관투자자를 확대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아울러 금융시스템 건전화를 위해 리스크 헷지(Risk hedge) 상품 등 파생금융상품 시장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중국 증시는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계속 상승해야만 이득을 내는 구조"라며 "중국 증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정부는 공매도나 헷지 상품 등을 발달시켜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 대해선 "미국 중앙은행(Fed)은 중국 경제의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단행한 양적완화(QE) 정책 때문이므로, 미국이 중국 경기둔화를 외면하고 금리인상을 단행해선 안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중국 부동산 시장과 증시에 유입되면서 중국 경제가 팽창했다"며 "미국이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는 이유로 다시 자금을 회수(금리 인상) 한다면 중국의 실물·금융경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증시, 단기 시세 차익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

안 연구원은 중국 증시를 눈여겨보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단기 시세차익을 위해 들어가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중국은 단기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므로 중장기적인 경기 흐름을 읽고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중국 증시의 안정화 여부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 고조 속 전 세계가 중국의 경제 성장 정도를 주목하고 있어, 증시는 중국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중국은 제조업 지수 등 경제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경기 둔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오는 19일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중국 증시가 안정화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는 바이오·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헬스케어, 우주 관련 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관련 업종 내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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