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3000억원
LG그룹의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계획. LG는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R&D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5조9000억원보다 6.8% 증가한 규모다.
[ 정지은 기자 ]
LG그룹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자”고 주문하며 미래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그룹 임원세미나에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 기회를 잡고, 한 번 잡은 기회는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더욱 커지고,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등 경영 환경이 급속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우리의 사업 방식과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주요 경영활동을 재점검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는 계열사별로 수익성이 뛰어난 전략 제품을 발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략 제품 라인업 확대하는 LG 계열사
LG전자는 지난 8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LG V10’을 출시했다. V10은 세 개의 카메라와 두 개의 화면을 적용해 기존의 스마트폰과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스마트폰시장 경쟁 심화로 시장 환경이 나빠지자 독창적인 스마트폰을 내세워 LG전자만의 팬층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은 앞면에 120도의 광각 카메라를 하나 더 달았다. 이 카메라로 셀카봉이 없어도 더 넓은 배경과 많은 인물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화면도 두 개다. 전면 오른쪽 상단에 작은 직사각형(가로 51.4×세로 7.9㎜) 화면이 하나 더 있다. 큰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날씨 날짜 시간 배터리 등은 물론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알림 정보를 표시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별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다른 주력 제품인 OLED TV 대중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뉴욕 JFK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러시아 셰레메티예보공항 등 23개국 39개 주요 공항에 OLED TV를 설치한 것도 대중화를 위해서다. 지난달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뿐 아니라 중국 광저우, 베이징, 상하이의 백화점 및 쇼핑몰에서 ‘밤하늘의 별’을 주제로 OLED TV 전시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주요 시장에 OLED TV를 알려 올 하반기엔 OLED TV 판매를 상반기보다 다섯 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2018년까지 대형 및 플렉시블 OLED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올해 고흡수성수지(SAP), 중국 자동차전지 공장 등을 증설하는 데 약 1조79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투자 및 R&D 강화가 중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공통 의견이다. LG화학은 사업본부별 연구소에서 주요 제품의 차세대 핵심 소재 개발에 주력하며 미래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솔루션·자동차부품 키운다
LG는 에너지솔루션과 자동차 부품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에너지솔루션사업에선 친환경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완결형 에너지 밸류 체인’ 사업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LG는 태양광 모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솔루션사업 분야 매출을 2~3년 내 4조원대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엔 이 분야에서 2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목표 달성을 위해 LG전자, LG화학, LG CNS 등 에너지사업 관련 계열사에선 최근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에너지사업 전담조직을 전문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까지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구미공장 솔라 N타입 생산라인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를 통해 지난해 선보인 태양광 모듈 ‘모노 엑스 네온’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LG는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융복합 R&D를 담당할 국내 최대 연구단지인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 건설에도 본격 나섰다. LG가 마곡산업단지 내 17만여㎡ 부지에 2020년까지 약 4조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10개 계열사의 R&D 인력 2만5000여명이 상주하며 융복합 시너지 연구를 중점 수행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