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세계 네트워크 복원 총력"
[ 송종현 기자 ]
최근 SK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중심에는 ‘돌아온 최태원’이 있다. 지난 8월14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은 이후 연일 사업현장을 누비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복귀 후 SK하이닉스에 대한 46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국내외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구심점을 잃고 헤매던 SK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했다. 최 회장은 특히 중국 등 중화권과 유럽 등 해외 생산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는 글로벌 경영행보를 펼쳐 주목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에 중국 공산당 고위층 및 기업인과 잇달아 면담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8월27일 리샤오민 우시시 당서기와 왕취안 우시시장 등을 면담했다. 28일에는 리훙중 후베이성 당서기, 왕궈셩 후베이성장, 롼청파 우한 당서기, 완융 우한시장 등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최고위급 인사를 한꺼번에 만났다.
29일에는 리청펑 중한석화이사회 의장 등을 만나 “우한 NCC를 중국 최고 경쟁력을 가진 에틸렌기업으로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우시시 지역언론 우시일보는 최 회장의 방문을 1면 톱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최 회장은 31일부터는 홍콩과 대만에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홍콩에서는 SK가 3대 주주로 있는 CGH(China gas holdings)의 류밍후이 총재를 만났다. 9월1일에는 대만에서 더글러스 통 쉬 FEG 회장, 궈타이밍 팍스콘 회장, 첸푸 양안기금협회 고문 등을 면담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1일에는 스페인을 찾아 SK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윤활유의 원료) 관련 유럽 파트너사인 스페인 렙솔의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이어 27일까지 유럽에 머물면서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방문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12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9월 준공한 뒤 상업생산에 들어간 스페인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식을 지난달 22일 열었다. 최 회장은 준공식에서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으로 한국과 스페인 기업 간 사상 최대 규모의 합작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1년 브루파우 회장을 직접 만나 고급 윤활기유 합작을 제안하는 등 이번 사업을 초기부터 직접 지휘했다.
최 회장은 네덜란드 펠트호벤에서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을 찾아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 3위의 원유·석유 트레이딩 회사인 트라피규라의 클로드 도팽 회장과 제레미 위어 사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이 특별사면 이후 두 달이 채 안 된 기간에 중화권과 유럽을 찾아 파트너사 최고경영진 및 현지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한 것은 ‘무너졌던 최 회장 개인의 해외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게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는 SK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보였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때 해당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업체들과 손을 잡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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