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문사 상대 소송 '제동'
법원 "한컴 인수 과정 투자손실, 자금위탁기관 책임 아니다"
[ 정소람 / 김인선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11일 오후 4시25분
국민연금이 투자 손실을 입힌 자금 위탁 운용사를 상대로 낸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2심까지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자금 위탁기관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온 최근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판사 김인욱)는 국민연금이 “삼보컴퓨터가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 집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투자 손실을 보게 했다”며 산은캐피탈을 상대로 낸 184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산은캐피탈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은 2007년 산은캐피탈, 현대증권 등과 공동으로 ‘국민연금06-7KDBC기업구조조정조합’을 설립했으며 산은캐피탈이 업무집행기관을 맡았다. 營?국민연금이 190억원, 산은캐피탈과 현대증권이 함께 190억원을 모아 총 380억원을 삼보에 투자했다. 삼보는 2009년 당시 모회사였던 셀런 등과 함께 한컴 인수에 나섰다가 급격히 재무 부담이 악화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은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2013년 산은캐피탈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국민연금은 “업무집행기관이 한컴 인수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거나 문제점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360억원에 달하는 삼보컴퓨터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도록 해 회사 재무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글과컴퓨터 인수가 결국 실행되지 않았던 점 △회사채 조기 상환이 삼보 재무구조에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줬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국민연금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지난해 같은 이유로 산은 측 손을 들어줬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이 2심까지 모두 패소함에 따라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 사이 자금 위탁 운용사 및 자문기관들에 대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해왔다.
정소람/김인선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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