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해외에 다닐 때면 제일 어려운 게 시차 적응이다.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지역별로 수시로 바뀌는 표준시에 적응하느라 몸이 피곤하다. 한국과 수시로 연락하는 과정에서도 불편이 많다.
지난 8월15일 북한은 표준시를 지금의 동경 135도에서 127.5도에 맞춰 시간을 종전보다 30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가 쓰는 표준시가 일제 잔재이기 때문에 이를 청산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남북한 간 표준시마저 갈라지는 걸 보며 마음이 참 착잡해진다. 우리의 표준시 역사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 쓰던 표준시는 지금 북한이 주장하는 표준시와 비슷하다. 세종대왕이 해시계를 발명하면서 해가 서울의 정남쪽에 올 때를 낮 12시로 정했다. 그러다 고종 때 대한제국의 표준시를 한반도의 중간 지점인 동경 127.5도에 맞췄다. 이 위치는 경기 가평 부근이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1914년 일본의 표준시에 맞춰 동경 135도(일본 고베 지역)가 우리의 표준시가 됐다.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이후 127.5도로 환원시켰다. 당시 미국은 군 瑛?이유로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우리 표준시를 135도로 맞췄다. 연호도 단기 대신 서기만 사용하게 됐다.
동경 135도와 127.5도 중 어느 것이 우리의 표준시로 적절할까. 127.5도가 더 합리적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의 주체성과 한민족의 신체적 리듬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민족의 신체적 DNA는 해가 뜰 때 일어나고 낮 12시에 점심을 먹어야 신토불이(身土不二) 입장에서 볼 때 건강한데, 일본에 비해 30분 일찍 일어나고 30분 일찍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135도가 맞다는 주장은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경도 15도 구간별로 표준시를 정하고 있기에, 국제화시대에 135도에 맞춰야 외국과 시간 맞추기가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30분 일찍 일어나면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효과도 있어 근면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주체성과 편리성, 건강과 생산성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일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표준시 싸움까지 벌어지니 안타깝기만 하다.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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