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발전기금 서한 윤리위원회서 문제 삼아
정몽준 "법적 대응할 것"
부패 혐의 플라티니는 자격정지 90일 '솜방망이'
[ 최만수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의 벽에 부딪혔다.
FIFA 윤리위는 8일 정 명예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의 처분을 내렸다. 2010년 한국의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이 7억7700만달러(약 9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 관계자들에게 발송한 것과 이에 대한 조사 과정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자신에 대한 자격정지를 추진하는 윤리위를 “블라터 회장의 살인청부업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FIFA 윤리위의 결정은 내년 2월26일로 예정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한 정 명예회장의 후보 등록을 막는 조치다. 윤리위는 뇌물, 배임, 횡령 등의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는 각각 자격정지 90일의 ‘솜방망이’ 제재를 결정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같은 제재 결정에 대해 “예상했지만 FIFA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실망”이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FIFA 윤리위의 결정이 부당한 것임을 밝혀내고 FIFA의 환골탈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FIFA 윤리위의 발표 직후 내놓은 성명을 통해 “‘블라터의 살인청부업자’라는 말을 듣는 FIFA 윤리위가 저지른 무도한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명예회장은 특히 “(블라터 회장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재 조치를 결정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윤리위 제재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정 명예회장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후보 등록일인 10월26일 이전까지 CAS의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까지 자격정지 90일 처분을 받아 후보 등록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FIFA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지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블라터 회장이 90일 잠정 제재 후 내년 2월26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다시 회장직으로 돌아오려는 음모라고 보는 국제 축구계의 지적에 주목한다”고 블라터를 겨냥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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