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에덴동산·엘도라도…인간의 욕망 담긴 상상 속 공간

입력 2015-10-08 18:29
전설의 땅 이야기

움베르트 에코 지음 /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480쪽 / 5만5000원


[ 고재연 기자 ] 코케인의 땅은 민중의 욕망이 전설의 땅에 어떻게 투영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우유가 강에서 흐르고, 포도주가 샘에서 솟아나고, 산과 골짜기가 치즈로 만들어져 있다. 폭풍이 치면 아몬드 우박이 떨어지고 육즙은 비가 돼 내린다. 수세기 동안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낙원’이란 윤리적이고 성스러운 곳이기 이전에 세속적인 욕망과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미학 인문서 연작인 앤솔로지 시리즈의 네 번째 권인 《전설의 땅 이야기》에서 에덴동산과 아틀란티스, 엘도라도, 성배의 이동 경로, 배트맨의 고담 시, 런던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 탐정사무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전설과 이야기 속 공간으로 안내한다. 시대마다 상상 속 낙원들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든 공간은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인류의 세계관, 동시대인들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저자는 아름다운 전설이 현실과 만나 역사적 비극을 탄생시킨 지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북대서양에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전설의 섬인 울티마 툴레에서 파생된 신화는 그리스 북쪽 아주 먼 곳의 나라 히페르보레아에 대한 전설과 통합된다. 히페르보레아인들은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고 남은 아리안족의 기원으로 여겨졌다. 전설 속 ‘완벽성’의 개념과 아리안족의 결합은 민족간 상대적 우월성의 개념을 낳았고, 이는 나치즘의 기원이 된다.

300여개의 삽화와 각각의 전설에 관련된 문학 작품들이 ‘시간 여행’을 돕는다.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설의 땅과 상상의 장소들이 결국 우리의 욕망과 세계관이 투영된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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