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미국에 좋은 일"…여론몰이 나선 오바마

입력 2015-10-07 18:10
타결되자마자 농업·비즈니스 대표 만나 설득 작업
대선 주자들 반대 목소리…의회 비준 험로 예고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회 비준을 위해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TPP 협상 타결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농업 및 재계 인사들을 만난 데 이어 앞으로도 전국을 돌며 TPP를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회와 재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시간에 쫓겨 미국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협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의회 비준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오바마, TPP 전국 홍보전 계획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농무부에서 농업 및 비즈니스 리더들과 만나 “협상타결안이 미국에 좋은 것임을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 내용이 미국의 노동자, 사업가, 농부, 목장주, 제조업자들에게 좋은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다면 협정문에 서명하지도, 의회에 협정문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안은 나 자신의 그런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며 “의회에서 찬반투표를 하기 전까지 여러분이 협정문의 세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TPP 타결의 혜택 등을 홍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주지사,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일반 시민을 상대로 TPP의 혜택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내년 4월 초나 돼야 TPP 이행법안에 대한 미 의회의 찬반 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정부가 협정안에 최종 서명하기 전 의회에 최소 90일간의 검토 기간을 줘야 하고, 서명 후 이행법안을 만들어 의회로 보내려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경제효과분석(최소 105일 소요)과 TPP 관련 법안 개정안 마련 등에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돼야 의회 투표 가능할 듯

협상의 세부안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대선주자들은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지지율 1위인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한번 무능력함을 보여줬다”며 “이번 TPP 협상 결과는 끔찍하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후보 경선 1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월가와 일부 대기업만 다시 승리했다”고 비판했다. 국무장관 시절 TPP에 찬성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협상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픽?내 분위기도 좋은 편이 아니다. TPP에 우호적이었던 공화당 내에서는 담배와 의약산업 등 일부 피해업종을 지역구에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공화)은 “이번 협상에 부족한 게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찬반 투표에서) 행정부는 공화당으로부터 상당한 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쪽은 더 기대할 게 없다. 민주당은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의식해 ‘TPP가 일자리를 줄이고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TPP 처리를 위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 표결 때도 하원 188명 중 28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1월이나 12월께 일반에 협정의 상세 내역이 공개되면 그때부터 여론이 들끓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고 의회 비준을 받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