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전략본부 출범, R&D 역량결집 기대한다

입력 2015-10-07 18:07
과기정책 총괄조정하는 국과심
지원부서 통합한 전략본부 발족
R&D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될 것

이장무 <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공동위원장 >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를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전략본부(전략본부)가 지난달 25일 출범했다. 그동안 국가 연구개발(R&D)의 근본적인 혁신과 더불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국과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무국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연구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거버넌스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두고, 최초로 각 부처에서 분산 수행하던 정부 R&D 사업의 예산을 총괄 조정했다. 그러나 예산 조정 업무에 치우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책과 전략 수립 기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R&D 예산 조정과 평가 기능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정책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맡는 등 이원화했다. 그러다 2011년 국과위를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면서 다시 정책과 예산, 평가 기능을 총괄했다. 당시 국과위는 이전에 비해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은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조직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운영의 비효율성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국과위 행정조직을 미래창조과학부로 통합하고, 의결기구인 국과심은 비상설위원회로 개편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R&D 컨트롤타워인 국과심의 위상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조직은 미래부 내 3개의 개별 국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러다 보니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 배분·조정 및 평가 업무를 전략적으로 연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각 부처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 조정해야 하는 국과심이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중심을 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결국 국과심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전략본부는 이런 안팎의 요구에 따라 출범했다. 무엇보다 국과심을 지원하던 기존의 3개 부서를 전략본부라는 독립된 실장급 기구로 한데 묶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그간 개별적으로 추진했던 정책과 예산, 성과 평가가 보다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국과심을 중심으로 부처별 계획을 조정해 R&D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예산과 연계함으로써 국가 R&D 투자의 전략성과 효과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전략본부의 개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본부장의 위상을 차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든지, 여전히 미래부 내에 있어서 선수가 심판을 겸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전략본부가 국과심의 심의기능을 지원하는 사무국 역할을 맡는 조직임을 간과한 데서 오는 기우(杞憂)일 뿐이다. 오히려 기존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편해 R&D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으니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전략본부의 규모나 위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전략본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규모는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으로서 국과심 지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부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으로도 새롭게 출범하는 전략본부의 역할을 존중하고 역량을 결집하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이장무 <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공동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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