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극미의 세계

입력 2015-10-07 18:01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1949년 소립자 연구로 일본에 첫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다 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는 물리의 세계를 신화에 비유했다. 유카와는 신화는 보이지 않는 신들의 힘이 표출된 것으로, 자연 현상과의 관련을 해명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 물리학이 탐구하려는 극미의 세계도 사람들의 육안에 비치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신화의 세계와 같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극미(極微)는 원래 불교 용어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상태를 극미라고 한다. 이 같은 극미는 수풍지화(水風地火)의 네 요소와 색향미촉(色香味觸)의 네 가지가 결합한 형태라고 말한다. 단단한 성질과 습한 성질, 온난한 성질, 동적인 성질 등 4개 성질로 구분될 수 있다고도 설명된다. 불교와 현대 물리학에서 극미를 바라보는 차이점은 영속성이다. 불교에선 극미의 세계가 영구불변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원자는 영원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이 파헤치는 입자들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힉스입자나 뉴트리노(중성미자) 등 소립자는 생겼다가 찰나에 사라지는 입자들이다. 학자들은 이런 입자들이 지나간 흔적을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작 극미의 세계가 갖는 아름다遲?이루 말할 수 없다. 물리학자들은 여기에 심취해 극미의 세계를 탐구한다. 유카와 는 이 세계를 마치 인적 드문 곳에서 색다른 비경(秘境)을 맛본 사람이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자연은 곡선을 만들고 인간은 직선을 만든다’는 말도 했다. 그는 물리학자들이 끊임없이 탐구하는 동인이 바로 이것이라고 저서 ‘극미의 세계’에서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 세계를 알기 위해 가설을 설정하고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물질의 성질과 정반대인 반물질의 존재도 알아냈고 우주를 이루는 암흑물질도 발견해냈다. 선진국들은 수천억원씩을 들여 각종 소립자를 증명하기 위한 가속기 등을 만들고 첨단 실험시설도 짓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 캐나다 퀸스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모두 뉴트리노를 연구하는 학자다. 가지타 교수는 뉴트리노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 다카야마시 인근 탄광의 지하 1000m에 5만t의 물탱크를 채워 만든 ‘슈퍼 가미오칸데’라는 거대한 실험장치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극미의 세계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깨치는 선구자들이다. 한국 물리학계는 아직 이런 신묘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나.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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