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분양 몰리는 주택시장, 조급증 버려야 시장이 산다

입력 2015-10-06 18:36
4분기 아파트분양 몰리는 이유

4분기 수도권 아파트 분양 10만가구…전년비 2배 활황
매매가는 과거 고점 회복 못해…공급과잉 불안 가중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 상존…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문제는 모든 업체가 현재 분양시장의 흐름에 편승해
주택 공급을 앞당기고, 개인들 역시 호황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 차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분양 기준)은 47만가구를 넘어설 것 같다.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주택도 연말까지 약 35만가구(인허가 기준), 오피스텔은 약 4만실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들도 모두 최근 3년 평균보다 많은 물량이다.

낡은 다세대 및 연립주택을 매입해 신축하는 소규모 주택건설사업도 늘고 있다. 뉴타운 구역 지정이 해제된 영향이 크다. 뉴타운 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건축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지구가 아닌데도 멸실로 인해 주거 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사업장도 많다. 내년 분양시장?분위기가 올해 같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사업시기 앞당기기를 재촉하고 있다. 올 4분기 수도권에서 분양될 아파트만 해도 10만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식 장기 침체를 걱정하던 국내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타고 있다. 가격, 거래량, 공급 및 재고 소진 등 모든 지표에서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현재 주택 매매가격 수준은 지방을 제외하고는 아직 과거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가격 상승률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거래와 신규 공급은 두 자릿수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 지표는 모두 좋지만 지금의 회복세에는 많은 불안감이 내포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수도권의 공급 과잉 트라우마 탓이다.

거래량 등 부동산 지표 청신호

2007년 공급 과잉의 부작용이 반복될 것인가. 2007년에는 주택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인허가를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가세하면서 신규주택 공급 물량이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2007년 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거시경제 여건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는 주택시장에 유례없는 한파로 몰아쳤다. 2007년 인허가를 받았던 물량은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착공한 사업장도 대거 미분양됐다. 당시 공급된 물량은 50% 가까이가 중대형 평형이었다.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형 평형은 시장에서 외면받았으며 악성 미분양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올해 신규주택 공급 시장을 그때와 비교해보자. 올해 공급 물량은 2007년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93%가 중소형 평형이다. 재정비사업 조합원 물량이 23% 정도 포함된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특히 미분양 주택 재고가 사상 최저인 점도 2007년과 다르다.

오히려 최근의 시장은 다양한 대체상품이 공급되는 중소형 주택과 대단지로 진행된 일부 도심 외곽 사업장 등에서 ‘국지적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완공 시점에 거시경제적 큰 충격만 없다면 소형 신축주택 전세 수요가 풍부해서 임대료 수준만 조금 낮추면 공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매가격을 추격하던 전세가격이 낮아지면서 인근 재고주택에서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가시지 않는 공급과잉 불안감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의구심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첫째, 최근의 주택 구매 수요가 거시경제 회복에 따른 소득 증가보다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을 구매한 계층은 대부분 30~40대다. 정부의 저금리 구매자금 지원이나 전세난에 몰려 매매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교체 수요자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신축주택으로 이동한 사람들로 확장적 소비라기보다는 미래의 수요를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최근의 청약시장 호황은 청약제도 요건 완화에 따른 정책 효과 때문이다. 분양권 거래 제한이 풀리고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거주 목적보다는 단순히 분양권의 단기 매도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다다르더라도 실제 계약률은 100%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1순위 자격을 얻기가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에 비선호층에 당첨되면 쉽게 계약을 포기한다. 청약경쟁률이 높아도 건설업체들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지역은 초기 계약자의 3분의 2가 분양 계약 후 3개월 이내에 전매한 사례도 있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청약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특징을 보이는 최근 지방의 분양시장을 ‘또 다른 공모주 청약시장’이라고도 한다.

셋째, 대내외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높이고 있다. 임박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부진과 경착륙 우려,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이슈는 모두 국내 경기에 적신호가 될 것이다. 이 중 일부는 머지않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주택시장은 한참 만에 찾아온 회복기임에도 좌불안석의 ‘불편한 호황’으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 주택시장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현재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언제 끝나느냐는 것이다. 이는 호황이 끝나기 전에 분양을 하고, 호황이 끝나기 전에 분양권을 매도하려고 대기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도한 리스크 회피 심리

내년에 당장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모든 공급업체가 현재 분양시장의 흐름에 편승해 주택 공급을 앞당기고, 개인들 역시 호황이 끝나기 전에 이 호황의 흐름에 편승해 마지막 차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3년 뒤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크게 고민하려고 하지 않는다. 당?내년만, 지금만 중요할 뿐이다.

모든 악재가 동시에 발현된다면 침체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문제는 상품의 경쟁력이나 타깃 수요층 없이 경기나 분위기에 편승해서 사업을 조기 추진하거나 단기 매매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시점에 경기 사이클이 바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당장 호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까지 결판을 내려 하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시장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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