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맞춤형 보육' 이어야 한다

입력 2015-10-06 18:27
이재인 < 한국보육진흥원장 >


우리 사회의 보육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어린이집은 늘었지만 운영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많은 보육교사들은 공공서비스 분야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자 상당수는 자기 월급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양적 확대, 질적 제자리걸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최근 우리 보육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 이용시간 합리화 방안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영아기(만 0~2세) 아동은 현행 12시간 단일 보육시간제를 6~8시간제와 12시간 종일제로 이원화하자는 내용이다. 모든 부모들에게 12시간 종일반을 제공함으로써 생기는 ‘킬링타임’을 없애 제도를 합리화하고, 이를 통해 절약하는 예산을 보육 여건 개선에 사용하자는 게 골자다.

이 개선안은 아동발달 측면에서도 유익하다는 평가다. 존 볼비의 ‘애착이론’이 아니더라도 아동, 특히 영아기는 개별적인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시기다. 인간은 주로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인성과 사회성, 지능과 소질을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 말을 잘 배울 수 있는 여건이면 나머지도 잘 개발할 여건이 되는 응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아동의 관심에 집중적으로 반응함으로써 말을 잘 배울 수 있게 하는 여건 면에서 가정은 매우 유리하다. 그런데 만약 지금처럼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12시간 단일 유형으로 유지하면 가정양육은 퇴화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맞춤형 보육지원체계 개편으로 오후 일정 이후는 가정양육 시간대를 확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계에 따르면 미취업모 가정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평균 6시간42분이라고 한다. 보육지원체계 개편으로 가정에서 어린이집에 맡기는 실제 시간은 거의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미취업모 아동의 등원 시간을 현행 오전 7시30분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조정한다면 더더구나 반발할 사항이 아니다.

보육은 가장 최근에 발달한 국가 정책이다. 한국적 맥락에서 탄생해 독자적 발전 경로를 밟고 있다.

허점은 있지만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칭찬했다는 우리 의료보험보다 나은 제도가 될 수도 있다. 근시안적인 형평성에만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의 건강한 보육생태계 조성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인 < 한국보육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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