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메가 FTA' 탄생…국내증시 TPP 수혜·피해 업종은?

입력 2015-10-06 09:19
수정 2015-10-06 09:42
[ 박희진 기자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7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자 국내 증권가가 증시와 업종별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TPP타결이 국내 경제와 증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리 수혜주(株)와 피해주를 따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국내 증시 즉각 영향 '제한적'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환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 협정인 TPP가 전격 타결됐다.

참여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가 전 세계의 3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역내 인구와 교역규모도 각각 전 세계의 11%, 25% 수준에 달한다.

12개국은 협정문 문구 조율 작업을 거쳐 2~3개월 안에 최종 협정문안을 만들고 내년 초 협정에 서명한 뒤 각국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 정식 발효할 예정이다.

아직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2개 회원국은 향후 수천여 수입 관세와 무역 장벽 등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원국은 100% 관세 철폐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이번 TPP 타결이 국내 증시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각국 의회의 비준이 남아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참여 여부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TPP 참여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TPP 참여 시 발효 후 10년 간 국내총생산(GDP)은 2.5~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TPP 타결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일본이 실질적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게 되면서 얼마나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잠식해갈 지 여부에 달려있다"며 "우려는 많지만 당장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 섬유의류 수혜 vs 자동차·전기전자 피해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번 TPP 타결이 업종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일찍이 수혜·피해 업종을 나누고 있다.

TPP 타결의 최대 수혜업종으로는 섬유·의류 업종이 꼽혔다. 섬유산업은 일본과의 경합도가 낮은 데다 관세가 철폐되면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둔 국내 섬유·의류업체들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는 조언.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TPP가 발효될 경우, 미국이 베트남 의류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가 사라져 베트남 생산 기지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특히 한세실업은 베트남 생산 비중이 58%고 미국 바이어가 90% 이상이어서 TPP 발효에 따른 외형 확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PP 역내 섬유·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의 경우 의류 수출 기반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의류업체 중에서도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확보하고 있는 한세실업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본과 한국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전기전자 농수산물 낙농품은 피해업종으로 언급됐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로 수출되는 한국차 관세율은 현재 2.5%에서 내년 0%로 내려갈 예정이다. 이번 TPP 타결로 인해 미국으로 수촐되는 일본차 관세도 현재 2.5%에서 향후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우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그러나 자동차 업종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혜택 우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또 이미 한국 완성차 부품업체들이 미국 멕시코 등 현지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피해업종으로 여겨지는 전자업종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TPP 역내 대부분 국가에서 관세율이 낮거나 부과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안 연구원은 "일본이 아직 FTA를 맺지 않은 미국이나 호주는 전자제품이 관세를 매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자동차나 전기전자 업종 모두 이번 TPP 타결 이슈가 당장 수출경쟁력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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