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도 브랜드 시대 "호박골 마을이 뜬다"

입력 2015-10-04 23:56
<p>[나는서울시민이다=장은희 마을기자] 옛날에는 똥을 눌 때도 자기 밭이나 논에 가서 볼 일을 봤다고 한다. 이렇게 똥을 함부로 버리지 않던 시기의 증거가 아직도 남아있다.</p>

<p>바로 조선시대 궁궐 밖 포 연습장이던 포방터가 그곳이다. 포방터에 가다보면 홍은동 호박골 마을을 볼 수 있는데, 1950년 이후부터 홍제천 주변에 집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홍은동 산 1번지 지역은 똥을 내다버리는 똥무덤이 된 곳이다.</p>

<p>이곳 4만평 부지에 사람들이 호박을 많이 심어 팔게 되면서 '호박골 마을'이라고 불리게 됐다. 요즘 이곳은 재개발 문제로 주민들의 갈등이 많지만 골목마다 벽화 그림을 그리면서 소통하고 갈등을 해소하면서 사람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다.</p>

▲ 호박골 마을 벽화 사업 이전의 모습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서울여자간호대학교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호박골 마을 초입이 나온다. 자박자박 걸어서 위로 올라가면 슈퍼마켓이 나오는데 그곳에서부터 벽화에 호박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감상할 수 있다.</p>

<p>슈퍼마켓 옆 정자에 어르신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드렸더니 "다리 아픈데 쉬었다" 가라고 자리를 내어 주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줬다. 역시 인심 좋은 마을이다.</p>

<p>사람도 제각기 다양한 모습이듯 벽화 그림도 방긋 웃는 호박가족, 주홍 감이 주렁주렁, 키다리 해바라기, 책을 읽어주는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모습이다.</p>

▲ 감나무에 감 홍시가 주렁주렁 열렸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기타를 치며 아코디언을 부는 거리의 악사들도 있고, 호박골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는 아가씨도 보이고,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p>

▲ 호박골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 여인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둥글둥글 호박 가족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은 꼭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닮았다. 호박들의 가장 무도회라도 벌어질 것 같다.</p>

▲ 다정한 호박 삼총사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화목한 가족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이렇게 아름다운 벽화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회사의 직원들과 대학생, 시민자원 봉사자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그려왔다. 특히 골목 항아리 모임 회원들의 노력이 컸다.</p>

▲ 호기심 많은 호박 형제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벽화 그림을 그리는 자원 봉사자와 주민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호박골에서 옆 골목으로 오르면 홍은동 공부방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책을 볼 수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 많은 주민들이 책을 빌려가기도 한다.</p>

<p>공부방을 지나면 좁은 골목이 나온다. 그곳 또한 벽화들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다문화 친구와 같이 다정하게 책을 읽는 모습도 있고, 화려한 꽃무늬 벽도 있다.</p>

▲ 담장에 피어난 꽃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해바라기가 화분에 꽃들과 어우러져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은 주민들의 마음이 나타난 듯하다. 집집마다 아기자기한 우체통 그림들은 편지를 전해주는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p>

▲ 골목길에 술래하는 아이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환상의 동화 나라로 여행하는 아이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구립 은화어린이집 원장은 "골목이 어둡고 칙칙했는데 어린이집 졸업생 어머니께서 벽화 그림 도안 재능기부를 해줘 골목이 더 빛을 발해 어린이들 성격형성과 어르신들의 우울감도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p>

<p>홍은1동 자치회관 별관 바로 앞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 그곳 담벼락에는 아이들이 북과 탬버린, 트럼펫을 들고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p>

▲ 놀이터 담장에 북치고 노래하는 아이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사랑방 공간 만들기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놀이터 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어두워서 우범지대였던 곳이 CCTV도 달리고 놀이터도 깨끗하게 만들?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p>

<p>놀이터 위쪽을 보면 통일을 염원하는 비가 서 있는데 이것은 홍은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남북통일 기원비를 세워 놓은 것이라고 한다. 저 북녘 땅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하루 속히 통일이 되어 만나기롤 기원해 본다.</p>

▲ 깨끗하고 안전한 놀이터와 통일기원비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북한산 자락 길을 오르는 주민 이인창(50세) 씨는 "직장을 다니느라 벽화 사업에 참여는 못했지만, 벽화를 그리기 전에는 어둡고 지저분한 골목이었는데 이제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로 변신을 해 올라오는 길이 언덕이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p>

▲ 북한산 자락길을 오르는 동네 주민 이인창 씨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벽화를 보고 오르다보면 힘든 것도 모르고 호박골 야생화 동산까지 갈 수 있다. 야생화 동산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가을이면 동네 한마당 축제가 열려서 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있다.</p>

▲ 홍은 한마당 야외 무대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야생화 동산에 봄이 왔어요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야생화 동산 옆에는 호박터널이 길게 서 있다. 지난해 사업에 호박터널을 시작했는 데 올해 봄에도 북한산 지킴이와 주민들, 그리고 자원봉사 학생들이 함께 호박터널을 길게 만들었다.</p>

<p>이곳 호박터널?만들어 가꾸면서 이웃과 만남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나눔의 장소로 이용하고 또한 청소년의 자연학습 체험공간을 제공하고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의 민간풀뿌리단체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홍은1동 주민자치위원과 북한산 지킴이들이 가꾸고 있다.</p>

<p>이곳에 심은 모종들이 47가지나 되는데 주로 수세미, 여주, 조롱박, 화초호박, 호박 등 다양하다. 터널을 지나면서 조롱박과 노란 호박들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p>

▲ 야생화 동산 호박터널에 수세미, 박과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야생화 동산에 오르면 다양한 꽃들이 봄, 여름, 가을에 활짝 피어 있다.</p>

▲ 호박골 야생화 동산에 봄이 찾아온 모습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야생화 동산 팔각정에 종종 학생들도 올라와 자연학습 체험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동물들이 있는 사육장이 있는데 그곳에는 토끼와 닭들이 어우러져 놀고 있었다.</p>

▲ 사육장에 토끼와 닭들이 놀고 있다.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야생화 동산으로 오르다 보면 북한산 자락 길을 만날 수 있다. 자락 길은 배드민턴장에서부터 11번 마을버스 종점까지 이어지고 있다.</p>

<p>북한산 자락 길에 올라 내려다보면 인왕산과 백악산, 안산 밑에 자리한 홍제동과 홍은동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여 오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p>

▲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에서 내려다 본 홍은동 마을과 홍제동 마을 전경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 저녁 노을진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 (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북한산 자락길은 올해 상명대까지 연장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 자락길이 완성되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 올 것이다.</p>

<p>2015년에는 이곳에 특별한 것이 한 가지 더 생겨났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해 환경을 살리려고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서 주관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호박골이 친환경 에너지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게된 것이다.</p>

<p>주택이 밀집된 홍은동 지역에 태양광 설치를 위해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에너지 절약 교육도 실시하면서 작은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과 정보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p>

<p>호박골 마을은 앞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위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나누는 삶을 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p>

<p>이제부터는 마을도 브랜드 시대다. "호박골 마을을 찾아 다양한 호박을 구경하며 마을살이를 즐겨보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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