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노동법 "회사 문닫게 생겨도 근로조건 못 바꿔"

입력 2015-10-04 19:11
한국 떠나는 기업들…청년 울리는 노조


[ 백승현 기자 ]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노동법만은 하나도 안 변했죠. 아니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지난 1년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 논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120차례가 넘는 회의 끝에 이제 겨우 ‘가이드라인’을 내는 데 합의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이 대표적이다. 취업규칙이란 사업장 내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자가 작성한 규범을 말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1989년 법이 개정되면서 ‘대표’라는 단어는 빠지고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바뀌었다.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근로조건이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였지만 노사 간 취업규칙 변경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에 칼자루를 쥐여준 셈이다.

2013년 정년연장법이 통과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 대법원에서조차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노조는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일방적인 임금 삭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모든 노동법제가 지난 60년간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개정되면서 노사 간 불균형이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정년이 연장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확 늘었지만 노조 동의 없이는 임금체계도 못 바꿉니다. 경영난으로 회사가 문 닫을 판에도 노조가 동의해줘야 근로조건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강제 할당하듯이 일단 청년들을 채용하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한 기업인의 하소연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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