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기업들…청년 울리는 노조
[ 서정환 기자 ]
지난달 11일 일본 센다이시 전(全)도요타노동조합연합회 정기총회장. 도요타그룹 각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도요타노련(313개 조합, 약 33만명)이 2016년 춘계 노사교섭(춘투) 방침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사사키 다쓰야 전도요타노련 회장은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른 작년과는 다르다”며 “2년 연속 기본급이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도 반드시 올라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올해 영업이익 2조8000억엔(약 27조5000억원)으로, 3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시점에서 노조 수장의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노조가 경영진보다 먼저 회사를 걱정할 정도로 도요타에 친경영 노사관계가 정착한 비결은 무엇일까. 도요타는 1950년을 전후해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다. 노조 설립 5년 만인 1950년에는 75일간 장기 파업을 벌였다. 쟁의 결과 종업원의 10%인 1500명이 정리해고되고 창업자를 포함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분규는 노사 모두에 피해만 입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조는 1955년 전투적 노조연합체였던 전일본자동차산별노조에서 탈퇴한 뒤 산별노조 해체를 주도했다. 1962년부터 올해까지 53년간 무(無)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국중호 게이오대 특임교수는 “엔고(高)나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도요타 노사는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 등의 유연성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2000년 임금체계 내 기본급과 직능급을 연간 한 차례 인사고과로 결정하는 직능기준급과 직능개인급으로 바꿨다. 2004년에는 연공서열에 따라 정해지는 연령급을 폐지하고 숙련급(역할급)으로 전환했다. 올 들어서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청년층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정기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분을 축소하는 대신 성과급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임금 개편도 추진 중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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