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 막은 교육감 선거의 역설

입력 2015-10-02 19:27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20) 뒤베르제의 법칙과 교육감 직선제

당선 가능성 있는 유효후보수 많을수록
'버려지는 표' 많이 생겨 민의 제대로 반영 못해



지난해 6월 제6회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17명의 광역시·도 단체장이 ‘주민직선제’를 통해 선출됐으며, 2010년 제5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부터 주민직선제로 선출 방식을 바꾼 17명의 교육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됐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직선제임에도 불구하고 광역시·도 및 기초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 간에는 꽤 상이한 면모가 나타났다.

우선 광역시·도 및 기초단체장 선거를 살펴보면 각각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자들이 몇몇 지역색이 강한 곳을 제외하면 대등한 경합을 벌이며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교육감 선거는 보수와 진보를 내세우는 후보가 난립하며 과반 득표율을 보인 당선자가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수 유권자의 지지만으로도 당선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 간에 나타난 이런 괴리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중 어떤 결과를 좀 더 민의(民意)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실제 존재하는 또 다른 괴리 현상은 없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간의 차이를 제도적 측면에서 검토해 보자.

두 선거는 동시에 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치러졌지만 ‘정당공천제’ 유무라는 유일한 제도적 차이가 존재한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정당 공천이라는 1차 검증 과정을 거친 특정 정당의 후보 선출자가 피선거권자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고 특정 정당과의 정책 공조도 불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피선거권의 제한’은 교육감 및 교육정책의 비정치화(非政治化)라는 선의(善意)의 목적을 가진 정당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선의적 조치가 항상 의도한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고 악영향을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공선택학적 분석은 교육감 직선제의 정당 공천 후보 피선거권 제한 제도의 영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 결과인 동시에 교육감의 비정치화라는 목적의 반대 결과인 ‘과잉 정치화’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공공선택학적 분석은 왜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을까.

우선 선거에 참가한 ‘유효후보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효후보수란 선거에 참여하는 피선거권자 수가 아닌 실제로 득표 경쟁에 참여하며 당선 가능성이 존재했던 후보 수를 의미한? 유효후보수는 또 선거라는 정치시장의 실제적 경쟁도에 대한 측정치로서 경제시장의 경쟁 혹은 독점의 정도를 측정해보는 ‘허핀달 지수’와 비슷한 개념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시장의 구조에 따라 공공선택학적 분석이 예견하는 유효투표수는 달라진다. 한국처럼 최다득표제를 통해 선거구별 당선자를 결정하는 정치시장의 경우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은 유효후보수가 두 명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이와 같은 뒤베르제의 법칙은 두 가지 간단한 효과에 기반한다.

첫째,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다른 정당이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당선 가능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고 한다. 둘째, 유권자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자신이 행사하는 한 표가 사표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당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 선호도가 높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차선책으로 선택한다. 이런 두 가지 효과로 인해 최다득표제를 통해 한 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로 운영되는 정치시장에서는 두 개의 정당이나 후보로 수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뒤베르제의 법칙은 제시한다.

그런데 제6회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한 ‘교육감 선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윤상호·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의 유효후보수는 지역별로 2.35~5.11명으로 측정돼 뒤베르제의 법칙에 반하는 결과가 관찰된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유효후보수가 지역별로 1.58~2.27명으로 뒤베르제의 법칙이 예상하는 두 명의 유효후보수가 나타?? 이런 결과는 교육감 및 교육정책의 비정치화를 꾀하기 위해 마련한 정당공천제도의 배제가 오히려 과잉 유효후보수를 유발해 교육감 선거의 과잉 정치화 및 과잉 경쟁을 야기하고 비효율적인 정치시장을 조성하는 원인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과다한 유효후보수가 존재하는 것이 꼭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를 배제하는 교육감 선거의 비정치화 노력이 과다한 유효후보수 및 과잉 정치화로 이어지고 자유민주주의의 원래 목적과 달리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동시에 정치적이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후보를 교육감으로 선출하고 있다면 교육감 직선제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선거제도일 수밖에 없다.

제6회 지방선거의 교육감 직선제에서 이런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교육감 선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에서 측정된 지역별 중위 투표자의 이념성향 측정치와 교육감 당선자의 정치적 이념 간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 또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에도 불구하고 선출된 대다수 교육감 당선자는 중위 투표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동시에 정치이념적 편향성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육감 직선제의 선거 결과는 사회 전체적 민의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하기 어려우며 정당 공천 배제를 통한 비정치화의 노력은 오히려 교육감 선거의 과잉 정치화라는 역설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효후보수에서 뒤베르제의 법칙을 따랐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과반의 득표율로 선출된 대다수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당연히 중위 투표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중위 투표자의 이념성향과 거의 일치하는 정치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최다득표제를 통해 지도美?선출하는 정치제도를 채택하는 정치시장에서 당연히 관찰돼야 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공공선택학적 분석이 말하는 교육감 직선제의 교훈은 경제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시장에서도 선의적 의도로 도입된 정책이나 제도라고 해서 항상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정당에 대한 국고 및 선거보조금과 같이 선의로 시행된 정치제도들이 의도하지 않은 선거 결과를 초래하고 있지 않은가도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의의 의도만을 앞세우며 실제로는 민의를 왜곡하는 각종 정치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의 정치는 항상 경제의 발목을 붙잡으며 국민의 주머니만 축내는 근원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윤상호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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