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전략공천 기싸움

입력 2015-10-02 18:25
"전략 없이 어떻게 전쟁하나"
친박, TK 물갈이로 세확장 노려

김무성 "당헌에 전략공천 없다"
현세력 유지위해 '국민공천' 의지


[ 이정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내년 4월 총선 공천방식에 대해 “당헌·당규상 전략공천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다. 더 이상 이에 대해 논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내 친박근혜(친박)계가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달 28일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에 강력 반발하며 전략공천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앞서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 “전략공천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전략이고, 상향식 공천제라고 생각하면 상향식 공천제”라며 “우리가 전술, 전략 없이 어떻게 전쟁을 하느냐”고 말했다. 또 “(전략공천을 배제하면) 호남지역은 어떻게 하고, 여성이나 청년 후보는 어떻게 뽑느냐”며 “(전략공천 등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략공천은 당이 특정 지역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인물을 직접 선정해 선거 후보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선 국민 여론조사를 바탕에 둔 국민공천제 등 상향식 공천의 반대 개념으로 통한다. 당 지도부가 특정 인물을 선거 후보로 찍는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맘에 들지 않는 특정 인물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과거 당내 계파 갈등으로 두 번이나 공천에서 탈락했던 상처를 갖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와 국민공천제 도입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비박근혜(비박)계 역시 당내 현 세력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국민공천제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친박계가 전략공천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는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친박의 와해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공천이 가능해야 이른바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친박 핵심들이 20대 국회에 재입성해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대구·경북(TK) 물갈이설’(박 대통령 측근들의 TK 지역 출마)은 이 같은 친박 구상을 뒷받침한다.

전날 공식·비공식 일정을 취소했던 김 대표는 이날 당무에 복귀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진실공방까지 벌이며 격화했던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갈등은 일단 서로 한발씩 물러나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이 같은 당·청 휴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의 구성과 권한 등을 놓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시작됐고,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 간 공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양 계파의 존폐가 걸려 있는 만큼 내년 총선전까지 지루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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