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 기자들이 ‘유럽난민 문제’에 대한 찬반토론을 벌였다. 찬성팀과 반대팀의 논리에 모두 설득력이 있다. 대학생 생글기자들이 찬반 팀에 멘토로 합류해 논리를 찾아내고 글의 구성을 지도했다. 난민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유럽국가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까. 자칫 그랬다간 더 많은 난민을 불러 유럽국가들이 곤경에 빠지지는 않을까. 찬반팀의 논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저출산·개방시대…노동력 확보에 필요
오늘날 세계를 부르는 또 다른 표현으로는 지구촌이 있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마을과 같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마을은 진정한 의미의 마을이 아니다. 자국 이익에 눈이 멀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번 유럽 난민 사태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반응이다. 오래전부터 작구의 종교 사상 정치 경제 등의 문제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경우가 빈번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대규모의 이민자가 발생한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오랜 시간 박해를 받아온 난민들이 죽음의 위협을 피해 유럽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들은 난민을 ‘짐짝’취급하며 소로에게 책임을 묻기 바빴다. 대다수는 난민을 국가 발전에 걸림돌로 여기지만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그 국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성장 동력인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보통 자본과 인적 자원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공유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나날이 심해지는 저출산 고령화 풍토 속 폐쇄적인 인력 구조에 갇혀 있다. 난민 수용은 개방적 인력 구조 형성의 첫걸음이다. 난민을 수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둘째, 국가의 문화적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하고 있다. 2014년 8월 기준 체류 중인 외국인은 171만명에 달하고, 2017년에는 전국 초·중·고 다문화 가정 학생이 1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맞춰 국내 외국인 수 증가로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가 만나는 ‘문화 융합’이 발생하고 있다. 이태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만약 난민을 수용한다면 보다 다양한 출생 배경을 가진 외국인의 유입으로 대한민국 문화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 결국 유럽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국가 성장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난민 수용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하는 쪽은 때로는 경제적인 문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수치화된 자료들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苛?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문제보다 반드시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인도적 차원의 문제다. 이민자 대부분의 목적은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의 이민자와 다르다. 그들 대부분은 자국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혹은 기아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들은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 요소를 감수해가며 이민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안 법’이 있다. 이 법은 옛날,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사회의 상류층인 레위인들은 도와주지 않았지만 이 유대인과 적대관계에 있는 사마리아인이 구해주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현재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들에 강제적으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 법안에서 얘기하고 있는 사마리아인들의 도덕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움으로 많은 난민을 위험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지구촌 시대에 들었다는 점도 새겨두자.
인도주의적 접근만으론 난민해결 한계
유럽사회가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시리아 난민은 한국에 망명신청을 했다. 우리나라도 난민수용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난민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국제 여론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7일 독일 내무부가 난민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강제추방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망명절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독일이 난민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난민수용을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를 감성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난민들을 한국에 수용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 국가적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문제와 입게 될 피해,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시리아 난민들은 대한민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지난 14일 레바논의 교육장관은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난민 100명 중 2명은 이슬람 과격단체인 IS요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증거나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교육장관의 말은 개연성이 있다. 최근 IS가 영문판 선전 잡지 ‘다비크’ 11호를 통해 미국이 주도한 십자군 동맹에 한국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난민 수용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또한 국내로 수용된 난민들로 인해 범죄율이 증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재산과 직업이 없고 언어의 장벽까지 있는 난민들은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난민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부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 비교적 관련 법과 제도가 잘 갖춰진 편이지만, 난민을 위한 실질적인 처우개선 및 권리보장 등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난민이 국가에 정착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가 미비하면 결국은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난민수용을 국제정서와 분위기에 맞춰 결정하게 되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될 수 있다.
법률과 제도가 마련되면 난민을 대상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 복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덧 30%에 다다랐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로 인해 특정 분야의 복지예산은 감축하고 가장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국내 복지정책에 필요한 비용도 부족한 상황에서 난민을 위한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경우 세금을 통해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럴 여유가 없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듯이 정부의 예산 지출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이런 문제는 자국민과의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사회적 갈등을 낳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난민수용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여론에 의한 떠밀리기 식 수용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미 국제여론은 난민수용에 인도주의적 잣대를 들이대 난민수용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결정을 감성적이고 국제 여론에 눈치를 보며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운영은 냉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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