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복 SC은행장 "소매금융 탄탄해야 성장…신세계와 손잡고 '스마트 점포' 열 것"

입력 2015-10-02 07:00
수정 2015-10-02 15:02
Cover Story - 한국SC은행

인터뷰 / 박종복 SC은행장

취임 9개월 만에 '반전경영'
전용 승합차 타고 영업현장서 소통…"한번 해보자"…능동적 분위기 전환
상반기 1115억 흑자 '깜짝 턴어라운드'

소매-기업금융 '두 토끼' 잡는다
카드사업 키워 국내시장 토착화…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영업력 강화
"매년 1000억씩 이익내는 게 목표"


[ 박한신 기자 ]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은 2005년 영국 SC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임명한 한국인 행장이다.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36년간 영업 현장을 지켜온 영업통이다. 박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한국SC은행 내부의 침울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영국 SC그룹에 인수된 뒤 10년간 줄어든 국내 영업망을 되살리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개조한 승합차를 타고 전국 영업점을 찾아 현장 직원들의 고충을 들었고 본점 로비 커피숍에선 임직원과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박 행장 취임 9개월이 지나면서 한국SC은행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그는 전했다. 경영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646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반기에만 1115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박 행장을 만나 한국SC은행의 변화를 이끈 비결과 앞으로 경영전략을 들어봤다.

▷취임 후 9개월간 경영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00%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많은 변화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실적)가 흑자로 돌아선 것도 중요한 변화지만, 개인적으로는 은행과 직원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게 제일 큰 변화라고 봅니다. 알게 모르게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졌다는 게 한국SC은행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는 어떤 것입니까.

“직원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데다 ‘살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생겼어요. SC그룹 본사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노사관계입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많이 변했어요. 노조가 직원들에게 욕을 듣더라도 사측의 합리적인 주장을 수용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은행이 하나로 뭉치고 있는 거죠. ”

▷경영 실적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실적 개선은 일회성 요인도 있었지만 모든 비즈니스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입니다. 소매금융만 봐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신규 판매 건수가 눈에 띄게 개선됐어요. 자산관리 쪽에서도 펀드판매 등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고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신용대출도 늘었습니다. 또 투자금융(IB)상품과 구조화상품 등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어요. 리스크가 분산되고 있고 은행 수익구조도 건강해진 거죠. 취임할 때 가계와 기업의 균형성장을 얘기했는데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외국계 은행과 달리 소매금융도 중시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다른 외국계 은행과 방향이 다릅니다. 기업과 소매금융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상호 보완성이 큰 비즈니스죠. 예를 들어 소매금융이 성장하려면 기업 성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기업 경영진과 임원들은 전부 소매와 자산관리 분야의 최우량 고객이에요. 기업 직원들은 급여계좌,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를 유치할 수 있는 우량고객들이고요. 한국SC은행은 태생적으로 옛 제일은행의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충분히 소매금융을 늘리고 튼튼히 성장시킬 역량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

▷소매금융과 관련한 한국SC은행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일단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합니다. 호주 은행들처럼 30%까지는 늘려야 해요. 두 번째는 신세계그룹과 제휴한 것처럼 다른 업종과의 제휴·융합이 필요합니다. 큰 투자 없이도 서로의 고객을 공유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위드미(편의점) 등 신세계그룹 유통채널에 100개 이상의 점포를 개설해 하루 12시간 이상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영업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저비용·고효율 디지털 점포죠. (신세계와의 제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지만 기존 영업점 채널에 얽매이지 않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봅니다. 더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산관리 부문을 강조하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영업망이 부족합니다.

“다른 은행들이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20~30개 갖고 있다고 해도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제가 2000년에 PB 분야 책임자가 되면서 한국에서 PB 분야를 하나은행 다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일은행도 한때 PB센터를 10개 정도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외화내빈’이었습니다. 비용이 엄청 많이 들어갔거든요. PB 업무와 관련, 컨설팅 수수료를 제대로 못 받는 한국에서는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또 PB센터를 여러 곳에 두는 것보다 집 근처 지점에서 PB서비스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국SC은행은 일반 점포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독립 공간을 만들었죠.”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자회사가 없어 복합점포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요.

“복합점포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회사가 없으면 오히려 최상의 상품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 증권 등 계열사들과 함께 복합점포를 꾸리면 계열사 상품 위주로 고객들에게 권유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고객들에겐 오히려 안 좋은 일이죠. 이에 비해 한국SC은행은 최고의 상품들로 최적의 조합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 자산운용사와 보험사들이 우리와 제휴를 맺기 위해 찾아오고 있어요. 복합점포 없이도 고객친화적인 협업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SC은행이 몇 년간 어려웠던 이유는 뭘까요.

“은행업 전체가 어려웠던 것도 이유겠지만 소매금융에서 실책을 한 게 컸습니다. 현지화를 제대로 안 했죠. 브랜드 마케팅에서부터 한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또 한국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셀렉트론’ 같은 서브프라임 신용대출을 팔면서 부실을 키웠어요. 신용카드 사업을 키우지 못한 것도 잘못이죠. 카드는 부수거래 효과가 커서 반드시 키워야 할 사업이었습니다.”

▷SC은행은 그동안 부실채권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부실채권은 작년이 최악이었지만, 올해에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그동안 잘못했던 흔적들을 올해 많이 지울 겁니다. 작년부터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 리스크를 엄격하게 관리한 덕분에 우량 자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개인신용대출에서 우량자산 규모가 부실채권 규모를 앞섰습니다. 신개념 채널과 중소기업 대상의 영업이 안착할 내년부터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겁니다.”

▷임기 중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순이익을 매년 1000억원씩 늘리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금융환경에서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그렇게 잡고 있습니다. 카드사업도 키워야 합니다. 신세계그룹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카드를 통해 활로를 뚫을 겁니다. 이미 좋은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신세계그룹과 함께 출시한 시그마카드의 신규 판매가 초창기 하루 30장에서 지금은 150장으로 늘었어요. 새로 영업채널을 안착하면 카드부문 성장세는 더 가속화할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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