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증시도 급락
1년 전 '닮은꼴'…이달말 깜짝 추가완화 전망
[ 도쿄=서정환 기자 ]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일본에선 추가 양적 완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일본은행이 ‘깜짝’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한 지난해 10월과 비슷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과 닮은꼴 일본 경제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시장 관계자 중 62.9%가 일본은행이 향후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때 조사로, 최근 들어 이런 전망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이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건 연간 80조엔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한 지난해 10월과 여러모로 여건이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 경제가 지난해와 같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광공업생산지수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도 4월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세계 경제 불안이 확산되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달 28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 침체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IMF는 작년 10월에도 2014년과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각각 3.3%와 3.8%로 하향 조정했다.
닛케이225지수 등 증시 급락세도 닮은꼴이다. 닛케이225지수는 8월 15년 만에 최고인 20,724까지 오른 뒤 최근 17,000대까지 떨어졌다. 작년에도 9월30일 16,000대에서 10월17일 14,500까지 하락하면서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엔화 가치도 반등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8월 초 달러당 125엔에 육박했던 엔화 가치도 120엔 전후로 상승해 기업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는 엔저(低) 유도를 통한 기업실적 개선으로 경기 선순환을 도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오사카시 강연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며 “(추가 완화를 단행한) 작년 10월과 다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8월 0.1% 灸韆? 2년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에너지를 제외하면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관계자는 “채권시장 유동성 부족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등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부작용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도 ‘깜짝 추가 완화’로 영향력을 키운 것처럼 구로다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