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실업 해소, 능력중심사회에 답 있다

입력 2015-09-30 18:12
"숙련기술인 배출하는 전국기능대회
능력중심사회 앞당기는 축제마당
중소기업 인력수급 불일치도 해소할 것"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울산에서 열린다. 1969년 11월 서울에 있는 서울공고 등 4개 학교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는 26개 직종에 4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반세기가 지난 올해는 기계설계 등 49개 직종에서 2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 대회는 초·중학생들이 참가하는 주니어 기능경기대회, 지역 맞춤형 취업박람회, 청소년 맞춤형 직업진로 멘토링,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울산의 맛을 살린 요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일반시민과 청소년이 함께하는 열린 기능대회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참가선수만 6만명이 넘은 전국기능대회는 한국 경제발전을 이끈 숙련기술인들을 배출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 대신 현장에서 기능을 배워 기능경기대회에서 우승하고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입상한 많은 청년들이 이제는 대한민국 명장, 숙련기술인, 기능 전수자가 돼 예비숙련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 직업능력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 회장은 아시아 최초로 1975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시계수리 부문 금메달을 받은 성공한 기업인이다.

전국기능대회 금·은메달 수상자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 대표선수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올해 브라질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1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로 종합우승을 해 통산 19승, 5연패를 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전국기능경기대회라 할 수 있다. 브라질, 중국 등 많은 국가에서 고속성장 시기의 한국 숙련기능인 정책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한국이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기능과 기술을 우대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낸 전략적 선택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의 카퍼레이드가 중장년 세대의 기억 속에만 있듯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나 지지는 예전만 못 하다. 70%가 넘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을 진학하는 등 기능이나 기술보다는 지식이 강조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을 가지 못하면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와 취업을 하는 것이 생애소득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1년이 지난 다음에야 첫 일자리를 갖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젊은이가 많은 ‘청년고용절벽’은 기능인과 기술인을 우대하는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해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숙련기능인이나 기술인들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사회적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면 많은 젊은이가 굳이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생산현장으로 뛰어들 것이다.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인력 미스매치’도 해소될 것이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독일, 스위스 등 기능인 우대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들에서 청년실업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데 주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독일이나 스위스의 사례를 따르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학벌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직무능력의 개발과 확산, 청년들이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일학습병행제 등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다.

울산에서 열리는 제50회 전국기능대회가 능력중심사회를 앞당기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울산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가해 예비 숙련기술인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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