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태현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8월26일 문을 연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2343억원을 들여 총면적 9만 3932㎡ 규모로, 축구장 13개 크기를 자랑하지만 기능이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대형크루즈는 아예 입항을 할 수 없는데다 이용객들이 터미널을 이용하기가 불편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항만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부산 북항의 한 운영사 K부장은 “수천억원을 들여 선박의 대형화와 부산항 다리 등의 건설을 고려하지 않고 크루즈부두 등을 만들어놓고 사용을 못하는 것을 보니 항만건설 정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책임지는 사람 한명 없고, 터미널 건물 껍데기만 그럴싸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새 국제여객터미널의 크루즈 선석이 무용지물이 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29일 부산항에 아시아에서 제일 큰 크루즈선박 ‘퀀텀오브더시즈 가 들어왔을 때입니다.외항에서 부산항대교를 통과해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려면 배높이가 60m 이하여야하고, 크루즈를 밧줄로 매기위해 부두에 설치한 접안 기둥시설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t수도 10만 이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크루즈는 높이가 62m를 넘고, t수도 16만7800t에 이르러 ’접안불가‘였습니다.
부산에는 2006년 영도구 동삼동에 개장한 8만 t급의 동삼동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도 있지만 퀀텀호를 수용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결국 부산항만공사는 부두 통폐합으로 사용하지 않는 컨테이너부두인 감만부두 3번 선석을 7억원을 들여 보강해 퀀텀호 등 대형선박을 접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해양수산청이 오는 2018년까지 400억 원을 투입해 영도구 동삼동 크루즈터미널을 22만 t 규모로 확장하기 전까지 이런 사정을 계속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100여대의 관광버스가 화물터미널에서 대기하다가 관광을 해야하기 때문에 부산의 산뜻한 해양관광지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여객터미널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크루즈나 국제여객선에서 내린 뒤 1㎞ 가까이 걸어서 터미널 안에 들어가 입국수속을 밟아야 하는 등 크루즈 관광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부산항만공사는 고육책으로 무빙워크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비용·관리 문제 때문에 미적대고 있습니다.급기야 크루즈부두가 아닌, 터미널 입국장에 조금이나마 가까운 화물용 부두에 크루즈선을 대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럴 경우 큰돈 들여 만든 크루즈부두는 놀리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니, 항만당국의 고민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찾기가 어렵고 접근하기도 매우 불편하다고 합니다. 터미널이 위치한 북항부두와 간선도로인 중앙로가 경부선 철도 때문에 격리되면서 도심에서 터미널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정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터미널 이용자들은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들고 어둡 ?불편한 지하차도 옆 인도를 거쳐야 도심과 통할 수 있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크루즈 업무를 맡고 있는 관광업계 관계자는 “터미널과 도심으로 통하는 길이 미로와 다름없어 부산의 지리에 익숙한 사람들도 혼란을 겪을 정도인데 외국인들에게는 어떨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해양수도 부산.해양관광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부산의 항만당국이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국제여객터미널을 어떻게 이처럼 허술하게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허탈해했습니다. (끝)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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