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이기적이던 제 모습 반성했죠"

입력 2015-09-29 18:30
사회복무요원 수기 공모 최우수상

울산 남구 자활센터 이창훈 씨


[ 하인식 기자 ] “사회복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울산 남구 자활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창훈 씨(23)는 29일 “추석 연휴나 주말이면 사회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이 너무 많다”며 “무작정 퍼주는 복지비를 아낀다면 이들에게 한층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병무청이 전국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연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수기 ‘어느 아파트의 도시락 배달부’는 지난해 2월부터 남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주중에 매일 아침 임대아파트 60가구에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고 전날의 빈 도시락을 수거하는 일을 한다.

이씨는 “도시락을 처음 배달했을 때 한동안 넘쳐 흐른 국물에 옷이 젖는 것에 기분 나빠하고 칙칙한 임대아파트 방 안으로 들어가기가 찜찜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빈 도시락을 문고리?걸어달라고 부탁하는 철없는 짓을 범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홀몸노인들이 조그만 관심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이 정말 이기적이었음을 느끼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22일은 이씨가 사회복무요원이 된 뒤 처음 맞은 겨울이었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자활센터에 돌아왔는데 어르신들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김치를 배달하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도시락보다 몇 배나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60여가구를 일일이 돌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이씨는 어르신들이 김치통을 건네받은 뒤 “올해는 김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정말 잘됐다”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젊은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내년 2월 24개월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고려대 경영학과 3년에 복학한다. 그는 “겨울에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홀몸노인에게 봉사하는 공인회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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