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친박-비박, 30일 의총서 격론 예고
친박 "야당 공천방식…" 반발, 최고위 회의 대거 불참
김무성 "야당 고유의 제도 아냐"
새정치연합도 '반쪽 합의' 목소리
[ 유승호 / 은정진 기자 ]
내년 총선 공천 방식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석 연휴 중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친박계가 “새정치연합의 공천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도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여야 모두 공천 방식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넘어서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김 대표가 전날 문 대표와 부산에서 만나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최고위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소집한 것이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란 각 정당이 일회용 가상번호를 받은 유권자들에게 연락해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를 확인하고 경선 참여 의사를 물어 공직선거 후보자를 뽑는 방식이다. 유권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상대 당 지지자를 배제하기 때문에 동원 선거와 역선택(상대 당의 약한 후보를 고의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그간 추진해 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무산되자 차선책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16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핵심으로 한 공천혁신안을 채택함으로써 여야가 동시에 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선거 후보자를 뽑는 ‘김무성식 오픈프라이머리’는 도입이 어려워졌다.
이에 친박계는 김 대표가 야당이 주장하는 공천 방식을 받아들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엔 친박계 지도부가 대거 불참했다. 친박계 중 이정현 최고위원만이 참석했을 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계가 오늘 회의를 보이콧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물론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경선에 대해서도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반대해 왔다. 친박 핵심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이라며 김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친박계의 반발은) 개인의 생각이고 이번 합의는 그렇게 수정해 보자고 얘기한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안심번호 국민공천은 새정치연합 고유의 제도가 아니며 새누리당에서도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의진 의원도 친박계의 비판에 대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비판하려면 더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공천 방식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여야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의견을 모은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하다 벽에 부딪힌 김 대표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반쪽 합의”라고 비판했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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