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유엔외교] 세계 160여국 정상 앞에 선 박 대통령 "북한이 핵 포기하게 힘 모아달라"

입력 2015-09-29 18:03
역대 최대 규모 유엔총회서 기조연설

독일·이란 사례 거론하며 통일·비핵화 지지 호소
"개도국에 한국 경험 전수" 새마을운동 세일즈
북한 "이산가족 상봉 위태…판 깨질 수도" 위협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참을 호소한 것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전 세계 160여개국 정상 앞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이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어로 15분간 기조연설을 했다. 유엔외교의 3대 키워드는 북한, 통일, 새마을운동이었다.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 제시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 핵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보존과 인류가 바라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지난 7월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됐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비확산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에도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하는 추가 도발을 공언한 바 있다”며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은 다음달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4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도발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 경고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9일 대변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 놓는 ‘대결망동’”이라며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며 판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또 독일의 통일 25주년을 언급하면서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 70년의 역사를 끝내는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유엔의 여러분이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日, 방위법 투명하게 이행해야”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구축과 관련해 “동북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어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번에 통과된 일본의 방위안보법률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성 있게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있지 않다”며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보건과 교육을 위해 향후 5년간 2억달러를 지원하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병력 추가 파견 △아프리카연합과의 파트너십 강화 △시리아 난민 관련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 계획 등을 밝혔다.

새마을운동 세일즈외교

박 대통령은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유엔총회에서 새마을운동의 세일즈외교에 적극 나서 개도국 정상 등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유엔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과 노하우를 ‘신농촌 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개도국의 농촌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엔개발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우리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 개최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 기조연설에서 “새마을운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제2, 제3의 기적을 이뤄내기를 바란다”며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으로 △인센티브와 경쟁 △신뢰에 기반을 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자발적·적극적인 국민참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