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무슨…" 취준생에겐 외롭고 힘겨운 추석

입력 2015-09-25 17:55
입사시험 코앞…"자소서 쓰기도 바빠요"

공부할 도서관 찾아 헤매고 문 연 밥집 없어 끼니 걱정도
미혼은 '결혼 독촉' 스트레스…"표 없어 못 내려가요" 거짓말


[ 마지혜 기자 ] 극심한 취업난과 만혼(晩婚) 추세가 20~30대 젊은이들의 추석 나기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보내는 대신 취업 공부를 하거나 홀로 서울에 남아 있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한 포털사이트의 취업정보카페에 한 구직자는 “이달 말까지 써야 하는 자소서(자기소개서)가 수십 개”라며 “추석이고 뭐고 자소서나 써야지”라는 글을 올렸다. 곧바로 “취준생에겐 휴일이 없네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연휴를 집중 그룹 스터디 기간으로 삼으려는 이들도 있다. 연휴 첫째 날인 26일엔 자소서 첨삭, 둘째 날엔 모의 필기시험, 셋째 날엔 면접 연습 등으로 스터디 일정을 짜놓고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중·후반 젊은이들에게 추석 연휴는 ‘취준(취업 준비) 집중기’다. 추석 연휴가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이 9월 중 원서를 접수하고 10월 초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들은 가족과 명절을 못 보내는 데 따른 아쉬움보다 취업을 준비할 장소 찾기가 고민이다. 명절 연휴 동안 국·공립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일부 취업 준비생들은 “어느 대학 앞 무슨 식당은 추석 당일에도 문을 연다더라”며 끼니 걱정까지 했다.

취업하고도 귀향을 꺼리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에 시달리는 게 싫은 이들이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고모씨(30·여)는 이번 추석에 친가가 있는 대구에 가지 않기로 했다. 조부모에게는 “기차표가 매진돼 표를 못 구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고씨는 “지난 설에 친척집에 갔다가 ‘언제 시집 갈 거니’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질려버렸다”며 “회사 일도 피곤한데 연휴에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귀향을 안 해도 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연휴 중 회사 근무를 자원하는 이들도 있다.

소개팅 앱(응용프로그램) 살랑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25~35세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언제 하니”가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로 꼽혔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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