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터필러, 1만명 감축…글로벌 경기 '경고음'

입력 2015-09-25 16:57
중국·브라질 등 건설 프로젝트 감소…경기부진 장기화 예고

주가 5년래 최저…내년 매출 더 줄어들 듯


[ 이상은 기자 ]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가 중국의 수요 감소 등을 못 이기고 전체 인력의 10%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캐터필러는 건설현장과 광산, 석유채굴 현장 등에 쓰이는 중장비를 제조하는 대표격이어서 이 회사 실적이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년 실적 전망도 나빠 글로벌 경기 둔화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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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리해고로 비용 절감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본사를 둔 캐터필러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최대 5000명을 줄이고, 2018년까지 총 1만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1만124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10명 중 1명 정도를 내보낸다는 뜻이다.

캐터필러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銖?보고서에서 “인력 감축으로 연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2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3만1000명을 해고하고 20여개 공장을 통폐합했다. 더글러스 오버헬먼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는 FT에 “핵심 지역(중국)과 에너지·광업부문에서 시장 상황이 나빠져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중장비 구입 망설이는 中 바이어들

캐터필러의 실적은 지난 몇 년 새 급격히 나빠졌다. 2012년 658억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552억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매출은 48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회사는 전망했다. 지난 7월에 나온 예상치(490억달러)에서 10억달러 줄었다.

내년에도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줄어 매출이 올해보다 5% 감소할 것이라고 회사는 예상했다. 기업가치는 2012년 말 600억달러에서 지난 24일 뉴욕증시 종가 기준 390억달러(약 46조원)로 35%가 사라졌다. 이날 실적 예상치와 감원계획이 알려지자 캐터필러 주가는 8% 이상 떨어지며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는 이 회사의 올해 이익 규모를 2012년의 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 부진은 중국 경기가 활력을 잃은 것이 치명타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10%를 중국에서 올린다. 중국 주택경기는 올 들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새로 집을 짓지 않아 중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중국 제조업경기 선행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자재값과 유가 하락으로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에너지·광업 관련 수요도 부진하다.

경기 둔화로 고전하는 중장비업체는 캐터필러만이 아니다. 캐터袈??이어 2위 업체 일본 고마쓰도 지난 1~7월 대형 굴착기의 중국 수요가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오하시 데쓰지 고마쓰 CEO는 6월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으며, 사업이 추진될지 확신할 수 없는 고객이 중장비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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