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홍보대사 면접서 '갑질' 논란

입력 2015-09-25 16:51
수정 2015-09-25 16:53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요즘 서울대는 학생홍보대사 면접에서 벌어진 ‘갑질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올해 2학기 신입 홍보대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한 홍보대사들이 지나친 인신공격성 ‘압박면접’을 했다는 글이 지난주 ‘서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학생들의 반응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8~20일간 진행된 서울대 학생홍보대사 면접에 참석한 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지역차별성 발언이나 성희롱, 인격 모독적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대부분의 면접관들이 지원자들과 비슷한 또래의 1~2학년생들이었음에도 굉장히 거만한 태도와 표정으로 지원자들을 대했다”며 “웃음기를 머금고 자기소개를 하던 한 지원자에게는 ‘이 면접이 재밌게 느껴지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심지어는 ‘끼를 발산해보라’며 갑자기 춤을 추라고 시키거나 여학생에게 ‘여기 있는 남자 면접관을 한번 꼬셔봐라’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고 합니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자기소개서에서 열정이나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며 “원래 표정?그렇냐, 원래 성격도 그럴 것 같다”며 비아냥댔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본인이 여기 올만한 비주얼이라고 생각하시냐”는 말을 들은 여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면접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압구정동에 사는 지원자에게는 ‘어머 압구정 사시네요’라고 반응하면서 불광동에서 왔다는 지원자에게는 ‘불광동 거기 되게 후지던데’라고 말한 면접관도 있었다”며 “홍보대사 면접장에서 동네수준을 운운해 황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면접 경험담을 접한 학생들은 “홍보대사들이 어린나이에 벌써 갑질에 익숙한 ‘꼰대’ 다 된 것 같다”며 “학교를 방문하는 중·고생 등 외부사람들 앞에서 서울대를 낮은 자세로 친절하게 소개해야 할 홍보대사들이 어떻게 학우들 앞에서 저렇게 거만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스스로 학교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도취돼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이번 기회에 학교 측의 장학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다 끊어버려야 한다” 등 학생홍보대사를 성토하는 의견이 주를 이었습니다. 아예 “학생홍보대사 조직을 해체하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사실 학생홍보대사나 동아리 면접 과정에서의 ‘갑질 논란’은 이번인 처음이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서울대에선 한 경영 동아리가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면접을 진행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학생홍보대사나 경영 동아리 등은 소위 ‘취업 스펙’을 쌓기 유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홍보대사 경력은 외모가 ‘舊?수준’ 이상임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스펙이 됐습니다.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자신들은 뭔가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에 도취돼 면접과정에서 동료 학우들에게 갑질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기회에 외모 위주로 학생홍보대사를 선발하는 대학가의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각 대학에서 학생홍보대사를 선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외모’입니다. 중앙대에서 홍보대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은 “학생홍보대사가 되기 위해선 좋은 성적보단 ‘준수한 용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외모도 ‘스펙’인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라지만, ‘지성의 전당’인 대학조차도 외모에 따라 학생의 등급을 매기고 품평하는 현실은 좀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끝)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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