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이노베이션 리포트 (5) 신속경영 '패스트웍스'
전직원들이 아이디어 내고 사업 추진
스타트업 프로젝트로 규모 키워
20~30개 팀 이젠 400여개로 늘어
고효율 터빈 등 혁신성과 잇달아
[ 김순신 기자 ]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실리콘밸리의 벤처 DNA 배우기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그야말로 대기업 중 대기업인 GE가 벤처기업을 따라하는 이유는 뭘까. 21세기 시장 환경에 맞는 단순한 의사결정 과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는 게 GE의 설명이다.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 같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생기고, 이들의 성공이 널리 알려짐에 따라 벤처기업의 신속함과 유연성, 그리고 고객 중심 가치가 성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GE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처방전을 내놨다. 패스트웍스는 조직 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스타트업과 같은 민첩함을 갖추기 위한 경영 철학으로 단순한 경영기법이 아닌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행동양식의 총체다. GE는 패스트웍스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를 영입했다. 잘 짜인 프레드릭 戮狗??과학적 관리 기법이 아닌 벤처인의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패스트웍스의 핵심 요소는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다. GE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린다. 제품 개발 진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반응을 모으고, 이를 제품 개발 및 모든 과정에 수시로 반영함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규모와 속도를 겸비하면 규모가 크고 속도 경쟁력이 없는 기업 혹은 빠르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 경쟁우위를 가진다”며 “GE는 패스트웍스를 통해 규모, 자본, 기술력 등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오늘날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인 신속함 또한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과거 GE에서는 상명하달 방식으로 사업이 결정됐다. 모든 의사결정권이 관리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GE에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낳았다. 하지만 이제 패스트웍스를 도입해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실무진에 결정권이 주어졌다. 신속하고 유연한 사업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패스트웍스 도입에 따라 모든 임직원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직원들은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3명의 소그룹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 과정으로 진행하면서 팀의 규모를 키운다. 이때도 7명 안팎으로 스타트업 수준이다. 구성원은 각 부서의 핵심 인재들이다. GE 내에서 수많은 벤처가 운영되는 셈이다.
직원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책임이 따른다. 막대한 책임 부여는 직원이 적극적으로 팀絹助低?내고 추진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 GE의 패스트웍스는 직원들의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을 갖고 있다. 패스트웍스에는 정해 놓은 규칙을 통해 사업을 시작할 때 무엇을 질문하고 파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추진 중인 사업이 더 이상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면 중단해도 괜찮다고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잘못된 가설을 하나 더 알아냄으로써 실패 확률을 줄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GE 창립자인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전구를 만들 수 없는 1만가지의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긴 것처럼, 실패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GE는 패스트웍스를 처음 도입했을 때 20~30개의 프로젝트에만 적용했지만 이제는 400여개의 프로젝트를 패스트웍스로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패스트웍스를 보편적인 작업 프로세스로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다. 패스트웍스를 통한 혁신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작년에 개발한 동급 최고 효율과 출력을 자랑하는 HA 가스터빈 시리즈다. GE는 HA 가스터빈 개발 당시 패스트웍스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NPI) 주기를 2년 단축했다. 패스트웍스 기법을 적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터빈 공장인 GE의 그린빌 생산시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정보기술잡지 ‘와이어드(Wired)’ 등 언론 등에서 혁신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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