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경기 살리려 현장 찾는다지만…유독 전통시장만 가는 장·차관들

입력 2015-09-24 18:40
현장에서

전통시장이 서민경제 바로미터라지만
매출은 마트의 절반도 안돼

애로사항 해결은 안되고 생색내기 방문이란 지적도

이승우 경제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 이승우 기자 ]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24일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서울시내 전통시장을 찾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으로 향했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각각 서울 마천동 마천시장과 서울 방화동 방신시장을 방문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1·2차관이 동시에 현장 방문에 나섰다. 주형환 1차관이 서울 예지동 광장시장, 방문규 2차관은 서울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상인들과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은 서울 돈암동 돈암제일시장,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수원 지동 못골종합시장에 다녀왔다.

정부는 지난 15일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하고 추석 전 2주 동안(14~25일)을 ‘한가위 스페셜 위크’로 정했다. 지난 8월부터 진행 중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확장판이다. 전통시장은 일부 품목을 최대 50%까지 할인해 팔고 있다. 정부도 온㈇?贊갚?구매 확대, 시장 주변도로 두 시간 이내 주차허용 등의 혜택을 내놨다.

추석 민생대책에는 “추석 전 정부·공공기관 고위급 인사가 코리아 그랜드 세일 현장을 방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공주 산성시장을 방문한 뒤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등 장·차관들이 잇따라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번 세일 행사에는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형마트, 백화점, 나들가게 등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한 고위직은 찾기 어렵다. 내수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면 더 많은 소비자가 몰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둘러봐야 앞뒤가 맞는다. ‘생색내기’ 차원의 방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만 되면 전통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행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민생대책에 전통시장 관련 지원방안이 많이 나왔고 전통시장이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전통시장의 환경이 취약하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작년 매출액은 20조원으로 대형마트(47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높은 분이 다녀간다고 애로사항이 쉽게 해결되겠습니까. 그분들이 다녀갔다는 사진만 남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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