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인가 접수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1~2곳 인가될 인터넷은행…'혁신성'이 주평가요소
은행의 수익 아닌 고객이 돈버는 모델로 발전시켜야
앱 통한 '나만의 은행서비스' 구현도 주목받아
"고객이 돈을 버는 모델에서 출발해 단순함, 재미, 공유의 관점에서
발전시킨다면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김정민 < PwC컨설팅 금융본부 이사 >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마감(30일~10월1일)이 다가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기준과 관련해 기존 관행을 깨는 혁신성 부문에 가장 많은 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컨소시엄(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등), KT 컨소시엄(우리은행 현대증권 KG이니시스 다날 등), 인터파크 컨소시엄(SK텔레콤 기업은행 NH투자증권 등), 500V 컨소시엄(500V 등) 등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참신한 사업모델을 제시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기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뛰어넘는 획기적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 또한 많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열풍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함으로써 기존 통신과 휴대폰 시장이 확 바뀐 것처럼 은행업의 본질을 고객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갈 전망이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아울러 시중은행의 비대면(非對面)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단순히 은행의 수익성을 방어하거나 창출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강해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채널의 고(高)원가 구조를 혁신하고,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영업점 없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했다. 미국 1위 인터넷은행인 찰스슈워브뱅크를 비롯해 알리뱅크(GM의 자동차할부금융부문), 일본 세븐뱅크(세븐일레븐 모회사 세븐앤아이의 은행)와 재팬넷뱅크(소프트뱅크가 1대주주) 등이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적인 사례다. 각자 모회사의 성격에 따라서 추구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기존 은행 거래를 인터넷, 모바일이라는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은행의 역할을 고객 관점에서 봐야
최근 출범하는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목적부터 다르다. 기존 은행들이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에 골몰했다면 2세대 모바일 은행은 어떻게 고객에게 수익을 올려줄 것인지에 중점을 둔다. 은행의 역할을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은행은 고객이 재무적으로 안정되고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다. ‘뱅크 2.0’과 ‘뱅크 3.0’의 저자가 세운 모벤(Moven), 스페인 BBVA은행(스페인 2위 은행)이 인수한 심플(Simple), 악사(AXA)가 올해 설립한 순뱅크(Soon Bank), 미국 월마트 계열의 고뱅크(Go Bank) 등이 이 같은 모토 아래 설립된 모바일 중심 전문은행이다. 이들은 모바일 기반으로 기존 은행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럼 ‘어떻게 고객의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부족한 부문은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성공한 2세대 모바일중심 인터넷전문은행은 해답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단순하고(simple), 재미있고(fun), 함께 공유할(share)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서비스로 성공한 사례는 고뱅크의 ‘잔액 슬라이드(slide for balance)’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전화를 받듯이 슬라이드 버튼을 밀기만 하면 현재 계좌의 현황을 조회할 수 있다. 국내 모바일 뱅킹처럼 계좌 조회를 위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할 필요가 없다. 미국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업체인 모벤의 계좌 조회 기능도 쉽고 간단한 지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서 호평받았다. 고객의 소비패턴 분석을 통해 현재의 지출 수준이 적정한지, 추가적으로 지출이 예상되는 금액이 얼마인지까지 미리 단순한 색깔로 지출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 것. 파랑은 ‘적정’ 상태이고, 빨강은 ‘위험’을 경고하는 식이다.
‘재미’도 필수적인 요소다. 모바일 게임에 열광하고 빠져드는 것처럼 모바일 은행도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재미를 느끼고 열광하게 해야 한다. 고뱅크의 ‘점쟁이(Fortuneteller)’ 서비스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지만 고민할 때,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꼭 필요한 지출인지 대답해준다. 과거 소비행태를 분석해 충동구매인지, 아닌지 판단해주는 것이다. 심심풀이용으로 생각했던 고객들도 ‘지름신’을 막아주는 조언자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순뱅크는 게임하듯이 저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의 사진을 올리고 금액을 입력한 뒤 적립 금액을 지정하면 매일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예금계좌는 유리벽으로 보호되고 목표가 달성되면 깨뜨릴 수 있다.
사업모델 출발은 개인금융관리
모바일 전문은행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의 실시간 공유’다. 독일 피도르(Fidor)는 참여와 공유를 바탕으로 한 은행 모델이다. 사람들이 은행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 활동에 따라 보상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은행 고객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이자율 우대와 같은 보상까지 받는다. 독일 1위 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공개뿐만 아니라 마이뱅크(Mybank)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 나만의 은행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다양한 핀테크 및 금융서비스를 각자 다운받아서 쓸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다. 개인 맞춤형 모바일 은행인 셈이다.
시중은행 혁신 않으면 도태
국내에서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핀테크와 모바일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맞게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모델의 繡像?개인금융관리(PFM) 분야, 즉 고객이 돈을 버는 모델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고, 진정한 고객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앞서 강조한 단순함, 재미, 공유의 관점을 가지고 발전시킨다면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고 해도 시중은행의 우월적 지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고객 중심의 모델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월적 지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악사는 순뱅크를 준비하면서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설립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도 악사의 순뱅크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민 < PwC컨설팅 금융본부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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