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가 위기에 처했다. 디젤차의 배기가스량이 적은 것처럼 속인 곳이 폭스바겐만이 아닐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세계 각국이 다른 디젤차 업체들까지 재조사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른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디젤차 전체로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른바 ‘클린 디젤’의 허구성이다. 디젤차가 과연 친환경차인가 하는 의문이 새삼스레 제기되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면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디젤차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20%가량 높다. 그러나 디젤차는 호흡기 등에 영향을 미치고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유해가스도 더 많이 배출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디젤차가 친환경과 거리가 멀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디젤차가 클린카로 불리게 된 것은 이산화탄소를 규제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높아지면서부터다. 각종 배기가스 중에서 오로지 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허구적인 ‘클린 디젤’이라는 환상을 끌어낸 것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그린카 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젤차를 ‘클린 디젤’로 불렀고, 지난해 환경부에서 가솔린차에 저탄소차 협력금이란 부담금을 부과하려다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반대로 미수에 그치는 소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더구나 지금 디젤차의 법적 배출가스 허용기준은 가솔린차보다 느슨하다.
미국에선 지난해 전체 차량 판매 중 가솔린차 비중이 93.7%였다. 세계 전체를 봐도 가솔린차 비중이 70%다. 일본은 거의 디젤차를 생산하지 않고, 하이브리드로 환경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오로지 서유럽만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밀고 있다. 그나마 유럽에서조차 디젤차 판매비중이 2011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 이런 유럽을 따라 허구적인 ‘클린 디젤’을 외치고 있다. 프레임에 갇혀 디젤차를 클린카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디젤차를 재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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