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독일 폭스바겐이 디젤(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량을 조작해 일파만파다. 폭스바겐이 골프, 제타, 파사트, 비틀, 아우디A3 등 5종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을 미국 환경청이 적발했다. 승인검사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키고 일반 주행 때는 멈추게 해 연비를 높인 것이다. 2009년 이후 미국에서 팔린 폭스바겐 48만2000대에 대해 리콜명령이 내려졌지만, 세계적으로 1100만대가 팔려 사상 최악의 리콜사태로 번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인 폭스바겐에 대해 재조사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판매량 세계 2위, 올 상반기 1위에 오른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다. 거느린 브랜드만도 아우디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12개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환경규제에 편승해 폭스바겐은 디젤용 ‘클린 엔진’으로 승승장구했다. 디젤차는 스모그 원인인 질소산화물(NOx)이 문제인데, 이를 최소화하고 연비까지 개선했다는 게 그간 폭스바겐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무엇보다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충격이다.
이번 사태로 메르켈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할 만큼 독일도 충격에 휩싸였다. 유력 일간지 디벨트는 폭스바겐이 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미 법무부가 범죄혐의 조사에 들어가 앞으로 경영진이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을 내세운 디젤차, ‘품질과 신뢰’의 상징처럼 인식돼온 독일차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조짐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 즉 ‘made in Germany’(독일제품)의 심각한 위기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간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개발·판매 경쟁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도요타, GM에 이어 폭스바겐까지 국적 불문하고 초대형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다음은 누구일지 알 수 없다. 세계 1위도 한 방에 훅 가는 세상이다. 이런 와중에도 현대·기아차 노조는 파업 운운하고 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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