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엔진 전쟁 30년…위기의 디젤] 질주하던 '메이드 인 독일' 디젤차, 조작 들통나 급제동

입력 2015-09-23 18:03
폭스바겐발 디젤차 사태 일파만파

세혜택·집중 투자로 유럽시장 중심으로 급성장
신뢰 무너져 가솔린·친환경차에 주도권 내줄 듯


[ 강현우 기자 ] ‘폭스바겐 사태’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난 30여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혀왔던 디젤 자동차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젤차에 대한 감독까지 심해지면 연구개발(R&D) 비용이 상승해 디젤차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은 디젤 비중 50% 넘어

디젤차의 최대 무기는 높은 연비다.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평균 20%가량 연비가 좋다. 이를 앞세워 지난 30여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17개국 기준 신차 판매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1980년 7.1%에서 2010년 51.8%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53.2%에 달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팔린 1600만여대의 디젤차 가운데 3분의 1이 유럽에서 팔렸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솔린차와 디젤차의 판매 비중은 각각 69.7%와 19.8%였지만, 유럽에서는 디젤차가 가솔린?44.1%)보다 높았다.

유럽에서 디젤차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각국 정부의 세제 혜택과 주차요금 할인 등 지원 덕분이었다.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연비도 높기 때문에 친환경 정책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생산 원가가 높지만, 유럽 주요국 정부는 디젤에 세금을 덜 매겨 디젤차 판매를 도왔다.

최근엔 한국시장이 디젤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0년 18.5%였던 디젤차 비중은 올 상반기 43.4%로 올라갔다. 한국도 디젤에 대한 세금이 가솔린에 비해 15% 정도 싸다.

○연비는 높지만 오염물질 많아

디젤 엔진은 연료를 엔진 실린더 안에서 태워서 추진력을 얻는 내연기관이라는 점에서 가솔린 엔진과 같다. 하지만 점화(點火) 방식에 차이가 있다. 가솔린 엔진은 전기 플러그에서 발생한 불꽃으로 연료를 섞은 공기에 불을 붙인다. 이에 비해 디젤 엔진은 압축공기에 연료를 분사하면 자동으로 점화가 된다.

가솔린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의 압축비가 2~10배인 반면 디젤은 20배를 넘는다. 따라서 엔진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 4기통·6기통 등 엔진에 달려 있는 여러 개의 실린더에 디젤 연료를 고르게 분사해 주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디젤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200만원 이상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압축공기를 폭발시키는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이 많이 발생한다. 디젤 연료가 가솔린에 비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물질이 많고, 가솔린 엔진보다 불완전연소 비율이 높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디젤 기술을 주도하는 유럽 각국 정부는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로5·유로6 등으로 배기가스 기준을 계속 높여왔다.

배기가스를 줄이려면 새로운 장비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이 무거워져 연비와 출력은 떨어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막대한 R&D 비용을 투자해 왔다. 폭스바겐은 검사 시 배기가스량을 줄이면서 연비도 떨어지도록 조작했다. 실제 주행에선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배기가스도 많이 나오고 연비도 올라간다.

○“가솔린차 또는 친환경차로”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에서 촉발된 디젤 엔진 위기가 자동차산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디젤차 시장이 위축되고 가솔린차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맥스 워버튼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폭스바겐 사태가) 유럽 내 디젤차 점유율을 줄이고 미국에서는 디젤차의 확산을 막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젤차 성장을 이끈 ‘메이드 인 저머니’ 신화가 폭스바겐 사태로 큰 타격을 입게됐다”며 “디젤차 규제 강화에 따라 R&D 비용이 올라가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친환경차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이슈] 40호가 창 보면서 거래하는 기술 특허출원! 수익확률 대폭상승
2015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 개막..실시간 매매내역,문자알림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