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프런티어 시대, 전문대에 길을 묻다] '수제 슈퍼카' 만들어 현대차 입사한 전문대男

입력 2015-09-22 09:18
수정 2015-09-22 16:22
(19)김웅 현대차 내장디자인2팀 사원(아주자동차대 자동차디자인전공 졸)


지식경제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은 '간판보다 실력'입니다. 안전제일 직업관을 벗어던지고, 청년층이 잡프런티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펙초월 채용문화'로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롤모델이 될 전문 지식인과 맞춤형 전문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김봉구 기자 ]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 다니던 김웅씨(32·사진)는 20대 중반에 권고사직 당했다. 사무소 형편이 급격히 나빠진 탓이었다. 주로 해외에서 하청을 받아 일하던 회사는 당시 일본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졸지에 백수가 된 김씨는 밤마다 드라이브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다 문득 생각했다. ‘자동차가 이렇게 좋은데, 이쪽 일을 해볼까.’

그렇게 우리 나이 28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은 김씨의 눈에 띈 곳이 아주자동차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 전문대다. 7개 전공이 모두 차와 관련된 학교란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2년 뒤 졸업과 함께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현대차 내장디자인2팀 사원 김웅씨의 특별한 취업성공기다. 입사 4년차로 지금은 현대차의 연구·개발(R&D) 핵심시설인 남양연구소에서 모델러로 근무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안을 실제 모형으로 구현하는 게 김씨의 역할이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잖아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사실 졸업장만 딸 거면 굳이 대학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입학 전에 교수님들과 상담했는데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학교가 확신을 준 거죠. 커리큘럼도 군더더기 없고 졸업 후 진로도 확실했으니까요.”

김씨는 대학생활 2년 내내 ‘슈퍼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차 설계부터 디자인, 제어·진단, 디지털 튜닝, 제작까지 각 전공 학생들이 힘을 합쳐 수제 스포츠카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몇 달씩 밤을 새우며 매달린 끝에 최대 출력 500마력, 최대 속도 260km/h의 슈퍼카를 내놨다. 차는 대학생 실습 수준을 뛰어넘었다. 올해 4월 서울국제모터쇼에 선보일 만큼 주목받았다.

슈퍼카 프로젝트는 큰 자산이 됐다. 쟁쟁한 4년제대 출신이라도 직접 자동차 제작에 참여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먼저 알아보고 채용했다. 김씨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민했거나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간 과정이 모두 현업에서도 필요한 것들이었다. 실제로 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게 어필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원래 차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교에서의 경험이 입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김씨는 입사 후 ‘신입 같지 않은 신입’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입사 동기들과 적응 속도부터 차이 났어요. 학교에서 이미 배우고 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죠. 특수한 전문적 기능을 실습 위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전문대의 메리트(이점)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처럼 뒤늦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겐 전문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백수→늦깎이 대학생→현대차 입사, 그의 이야기

인천=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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