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속철에 이어 원전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그것도 신흥시장을 넘어 선진시장으로 진군하는 추세라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영국 에너지부 장관이 새 원전 프로젝트에 중국이 참여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사례다. 이미 세계 고속철 수출 1위에 올라선 중국이 이제는 ‘원전 굴기’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일본도 뒤질세라 총공세에 나섰다. 일본은 최근 총공사비 18조원에 달하는 인도 뭄바이~아마다바드 구간 500㎞ 고속철 공사를 사실상 수주했고, 지난 5월엔 사업비 14조3000억원짜리 태국 치앙마이~방콕 670㎞ 구간도 수주한 바 있다. 원전도 그렇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인도 등과 원자력협력 협정을 추진하는 등 해외 활로 개척에 전력을 쏟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 일본과 같은 전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철은 남들의 수주전을 구경만 해야 할 형편이고, 원전은 UAE 원전건설 수주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를 자체 개발한 나라 아닌가. 원자력 역사 역시 반세기가 넘고, 원전 가동도 37년째를 맞이했다. 기술도 자립했고, 42년 만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수출 장벽도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안주하다 보니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분주하던 해외진출 움직임도 지금은 감감무소식이다. 경제 외교가 전부 이렇다.
한국이 자랑하는 통신도 예외일 수 없다. 1885년 9월 한성전보총국으로 따지면 올해로 130년이 된다는 한국의 통신 역사다. 1986년 순수 국내 기술로 자동식 전자교환기 TDX-1 상용화, 1988년 1가구 1전화 시대 개막, 이후 LTE 시대 선도, 그리고 곧 다가올 5세대 통신 등 눈부신 역사다. 하지만 국내 통신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수에 안주한 탓이 적지 않다. 원전, 고속철 등과 함께 통신도 세계로 나가야 한다. 그게 산업이 살고 국가경제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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