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노익장

입력 2015-09-21 18:1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영국 왕실은 100세를 맞는 사람에게 축전을 보낸다. 지금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름으로 축하 인사를 전한다. 최근에는 이 일을 하는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100세 이상 노인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100세 이상 노인은 1만3780명. 30년 전에 비해 5배 늘어난 수치다. 10년 전에 비하면 73% 늘었다.

100세가 된 사람을 센티내리언(centenarian)이라고 한다. 이들이 마라톤을 완주하고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하다. 90대는 뉴스도 안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89)과 남편 필립 공(94), 조지 부시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이상 91세)도 100세를 바라본다. 모두들 노익장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

이들뿐만이 아니다. 미국 여성이 92세에 마라톤 최고령 완주 기록을 세웠고 중국 90대 여성이 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도 노년까지 수영을 즐기며 건강을 뽐냈다.

노익장이란 단어가 중국 후한 때 나왔으니 역사가 길다. 2000년 전 당시 6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반란군을 진압하러 가겠다고 나서는 마원(馬援) 장수를 말리면서 광무제가 했다는 ‘노瑛痼?老當益壯)’이 어원이다. 나이 들수록 기운과 의욕이 넘친다는 뜻과 함께 강하다는 뉘앙스까지 내포한 용어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최장수 노인은 120세(비공식 기록)를 넘긴 위구르인이라고 한다. 79세 때 결혼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니 아브라함이 100세에 아들 이삭을 얻은 것과 비교된다. 92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섹스를 즐긴 피카소가 67세에 막내를 얻고, 찰리 채플린이 73세에 아들을 본 것도 이런 얘기에 늘 따라붙는다.

올해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0년 전 2만5554명에서 2.4배로 늘었다. 80세 이상은 1000만명을 돌파했다. 65세 이상으로 따지면 약 3384만명, 전체 인구의 26.7%나 된다. 우리나라도 100세 이상 인구가 1만5000명에 이른다. 인구 10만명당 29.06명이니 일본(42.76명) 프랑스(32.50명) 이탈리아(29.42명)에 이에 세계 4위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센티내리언들은 대개 활동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래서 가족 간이나 사회 구성원끼리 친밀하게 지낸다. 심신이 모두 건강하다. 은퇴 후 밥만 축내는 ‘삼식이’보다 ‘아흔 청춘’ 송해가 인기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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