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꾸며진 서울 속 작은 광산마을

입력 2015-09-21 12:32
<p>[나는서울시민이다=강서희 마을기자] 서울 시내에서 구파발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으면 "이번 정류장은 산골고개, 산골고개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p>

<p>이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다. 정류장 주변이 집보다는 '산골짝 같은 곳에 있어서 산골고개인가?'하면서 말이다. </p>

<p>산골마을은 통일로를 따라 독립문에서 구파발로 넘어가는 고개 중 하나인 '산골고개'를 주변으로 형성되어 있는 마을이다. 서대문구에서 은평구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마을로 통일로를 가운데 두고 은평구 녹번동 71번지와 응암동 31번지로 나뉘어 있다.</p>

▲ 아파트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동네가 산골마을이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산골마뼁〈?오래된 집들이 많다. 산골마을은 재개발 대신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선택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 산골마을에 마을회관이 들어서기까지 </p>

<p>산골마을은 오래된 마을이지만 재개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역이 협소했다. 45호, 78세대, 550명이 이곳을 설명하고 있는 수치다.</p>

<p>재개발 논의가 나왔지만 나이 많은 주민들은 보상금으로는 서울에서 셋방도 얻을 수 없었다. 교통도 좋고 하니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이사하지 않았다.</p>

<p>결국 50% 이상이 재개발을 반대했고, 서울시로부터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부지로 선정되어 2013년부터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p>

<p>2013년 11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두꺼비하우징이 주민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하면서 재생사업 컨설팅을 했고, 마을의 좁은 길들을 붉은 벽돌계단으로 정비해 공원을 만들고, 마을회관 부지를 확보했다.</p>

<p>만 2년 동안 마을가꾸기를 통해 현재 70% 정도인 산골마을의 시설을 정비했다. 내년 3월이면 마을회관 신축도 앞두고 있다.</p>

▲ 산골마을 마을회관.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경사로가 심했던 골목도 정비를 통해 새단장을 마쳤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26년간 산골마을에서 거주했다는 신현수 산골마을 대표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주민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마을회관이 생기니 음식이 생기면 함께 나눠 먹고, 함께 놀러 다니면서 대화가 이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p>

<p>서울시에서는 산골마을처럼 주민참여형 주거환경관리 사업을 하는 곳이 50군데 정도 있다. 재개발이 힘들거나 사업이 취소된 지역 중에서 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을 원하는 곳, 주민 50% 이상 이 사업을 찬성하는 지역을 선정한다.</p>

<p>산골마을은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의 초창기 모델이다.</p>

▲ 산골마을의 좁은 골목에 위치했던 집을 헐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터를 조성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녹번동 산골마을과 응암동 산골마을을 잇는 다리. 생태통로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 산골마을의 비밀 </p>

<p>산골마을 입구에는 '산골 판매소'라는 곳이 있다. 산골고개라는 지명도 산골(山骨)에서 유래된 것이다. 골절 치료에 사용하는 광물의 약재인 산골(자연공)이 이곳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다.</p>

<p>동의보감에 따르면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좋지 않을 때 산골을 먹으면 뼈와 근육에 진액이 빨리 나와 뼈가 잘 붙는다고 한다.</p>

<p>산골 판매소 간판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동굴이 나온다. 이곳 '산골 판매소'는 유일하게 허가받은 산골의 판매소이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서울지역의 유일한 광산이며, 전국에서 가장 작은 광산이기도 하다.</p>

<p>돌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정육면체 모양의 산골은 아주 고운 가루를 빻아 캡슐에 넣어 먹을 수도 있고,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다.</p>

▲ 산골 판매소 입구. 산골 판매소는 국내에 등록된 가장 작은 광산이기도 하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동의보감에도 소개되어 있는 산골.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또한 산골 판매소는 인왕산과 북한산이 만나는 자리에 있는데, 기가 세다고 해서 무당들이 굿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산골 판매소는 대를 이어 4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다. </p>

<p>산골고개는 '산골자기'에서 유래된 이름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산골고개는 '녹번이 고개'라고 불려졌는데, 조선시대 관료들이 이 지역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녹(녹봉)의 일부를 고개에 두고 간 것에서 비롯된 '녹을 버린 고개'를 뜻하기도 한다.</p>

<p>◆ 고양이도 함께 사는 마을</p>

<p>산골마을에는 고양이집이 있다. 길고양이 쉼터를 만들어서 물과 사료를 공급한다. 고양이집에는 고양이 모래를 두었는데,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서 아침마다 고양이 배변을 치운다.</p>

<p>성영희 산골마을 총무는 "고양이집을 짓기 전에는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어서 골치가 아팠다"며 "고양이집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p>

▲ 麗藉瑛?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현수 산골마을 대표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길고양이 사료와 물은 주민들이 놓기도 하지만 길고양이를 지키는 시민들이 놓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신현수 산골마을 대표도 이들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가끔 고양이 사료를 어디에 놓고간다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p>

<p>그 외에도 마을에는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이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다. 작은 골목에 붙어 있던 집을 허물고 동네 공원을 만들었다.</p>

<p>운동기구와 파라솔을 설치해 주민간의 소통 공간으로 장만할 예정이다. 짜투리 축대를 허물고 재단장한 담벼락은 마을 갤러리로 꾸미고, 의자와 화단을 놓고 벼룩시장도 열 계획이다.</p>

▲ 마을여행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 산골마을 주민들이 만든 찬밥 주방세제. 주민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강서희 마을기자) <p>9월11일 산골마을 마을㈖扇〈?광명시에서 작은 도서관 활동을 하는 사람들 10명과 일반 참가자 2명이 참여했다. 작은도서관 활동을 하는 이들은 동네에서 마을 활동을 하는데 어떻게 활동하는지 궁금해서 탐방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p>

<p>마을여행에 참여한 서초구의 한 주민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인줄 알았는데, 도시 속에 있는 마을이어서 살짝 실망했다"면서도 "사람 사는 정을 알 수 있는 곳이었고, 어르신들이 정성껏 차려준 집밥이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다"며 웃음지었다.</p>

<p>따뜻한 어르신들의 환대에 훈훈해진 마음을 안고 돌어가는 마을여행 참가자들은 산골마을 주민들이 수익사업을 위해 만든 '산골표 찬밥세제'를 하나씩 구입했다. 집에서 먹고 남은 찬밥으로 만든 주방용세제였다.</p>

<p>그리고 주민들은 마을회관 밖으로 나와 돌아가는 우리들에게 "언제든 집밥이 먹고 싶으면 놀러와"라고 인사했다. 꼭 산골에 있는 마을에 와있는 기분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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