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신한동해오픈
'초등학교 절친' 결승서 맞대결…3R까지 8언더파로 공동 1위
안병훈, 결승서 버디 4개 '맹타'…1타차로 노승열 제치고 우승컵
[ 이관우 기자 ]
“엄마 아빠, 나 잘했지?”
‘괴물 장타자’ 안병훈(24)이 국내 투어 첫승을 따내며 프레지던츠컵 출전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 자신의 24번째 생일에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다.
○노승열과 ‘장군 멍군’ 명승부
안병훈은 20일 인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청라GC(파71·6953야드)에서 열린 KPGA투어 제31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기록하며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친 안병훈은 같은 조에서 경기한 동갑내기 라이벌 노승열(24·나이키골프)을 1타 차로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안병훈은 우승 직후 “고국무대에서 첫 우승을,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하게 돼 뜻깊다. 앞으로 쇼트 게임을 보완해 세계랭킹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지 않았다. 그는 “버디를 잡으며 우승했으면 웃었을 텐데 승열이가 보기를 한 덕에 우승한 거라 웃을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각 유럽프로골프(E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는 두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에 같이 나가면서 알게 된 뒤 서로 집을 방문하는 등 10년 넘게 우정을 나눈 절친이다.
8언더파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안병훈과 노승열은 이날 ‘월드클래스’다운 명승부를 연출했다. 지난해 PGA투어 취리히클래식 챔피언에 오른 노승열이 2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자 EPGA투어 메이저대회 BMW챔피언십 우승자인 안병훈이 곧바로 4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견제에 나섰다.
노승열이 다시 5번홀과 8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자 안병훈도 9번홀에서 버디로 응수하는 등 팽팽한 공방전을 벌여 경기를 지켜보던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반을 노승열에게 1타 뒤진 채 마무리한 안병훈은 후반 들어 보기 없이 버디만 2개 잡으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구사하면서도 섬세한 퍼팅 실력을 과시했다.
반면 노승열은 10번홀과 18번홀에서 범한 보기 2개에 발목이 잡히며 우승 기회를 날렸다. 특히 18번홀 티샷이 왼쪽 긴 러프에 떨어지면서 세컨드 샷 거리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20m에서 시도한 버디 퍼팅이 짧았고 이어 1.8m짜리 짧은 파 퍼팅이 홀컵을 돌아나왔다.
○‘프레지던츠컵 불발’ 한풀이
한·중 탁구스타 커플 안재형(50)과 자오즈민(52)의 외동아들인 안병훈은 올 시즌 EPGA투어 BMW챔피언 各?제패하며 일약 세계적인 골프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우승이 프레지던츠컵 출전 불발의 한풀이가 된 셈이다.
이번 대회는 안병훈과 노승열 등 해외파 선수들의 샷을 감상하기 위해 나흘간 올 시즌 최다인 2만5000여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다. 마지막날에만 1만4700여명이 친구 사이인 노승열과 안병훈의 우승 경쟁을 지켜보기 위해 청라GC를 방문했다.
박원 프로는 “남자 대회도 스타 선수의 등장과 마케팅 전략 여하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흥행 공식’을 이번 대회에서 확인했다”고 평했다.
인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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