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왜곡 자산가격 거품 부른 돈풀기
연내 美 금리인상으로 정상화 수순
기업환경 개선 앞당겨 충격 막아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동결했다.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금리 인상을 또다시 연기한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 연기로 세계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다. 특히 자금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던 신흥국들이 한숨을 돌리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만큼 당장 다음달에도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을 풀었다. 유럽과 일본이 이에 동조했고, 한국과 중국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대응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다. 그렇게 많은 돈이 풀렸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상태다. 오히려 자산 가격의 거품이 형성됐고 경제만 왜곡됐다.
금리는 가격이다. 즉 시간의 가격으로 시점 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재화의 가격이 기업가에게 정보를 제공해 생산결정을 하도록 하듯이 금리 역시 기업가에게 정보를 제공해 미래 재화의 생산을 위해 자본을 가장 잘 사용하게 한다. 그러므로 일반 재화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시장이 왜곡돼 경제적 혼란이 야기되듯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생산 과정이 왜곡되고 잘못된 투자가 발생해 경제적 혼란이 일어난다.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를 부양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식품가격 통제나 임대료 통제 등에서 보듯이 가격규제가 그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처럼 장기간의 초저금리 정책은 부(富)를 창출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를 파괴한다. 그 이유는 ‘좀비기업’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투자와 운영으로 퇴출돼야 할 기업이 저금리 때문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좀비기업이 존속하면 건실한 기업에 영향을 미쳐 그 역시 부실해질 수 있다. 제한된 자원을 좀비기업이 사용함으로써 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자원 사용의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한계기업이 2009년 2698개(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12.8%)에서 2014년 3295개(15.2%)로 증가했다.
저금리의 부정적인 효과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부의 불평등 심화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저축자의 이자 소득은 감소하고, 차입자는 차입비용이 줄게 돼 이익을 본다. 이것은 정부가 저축자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차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저금리의 장기적인 유지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는 끝내야 한다. 오래 끌면 끌수록 그 폐해는 심해질 것이며, 세계 경제는 연착륙하 ?어렵게 된다. 초저금리를 오래 끌고 가면 국제통화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우리는 1차 및 2차 세계대전 이후, 닉슨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 포기를 선언한 1971년에 국제통화시스템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이 모두가 통화의 과대 발행으로 초래된 것이었다.
Fed는 곧 방만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세계 모든 국가들은 이제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돈 파티’를 즐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숙취에서 깨어날 때 머리가 아프듯 고통을 겪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그 고통과 충격을 덜 겪을지 그 대책을 세울 일이다.
우리로서는 우선 자금 유출에 대비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충격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포함한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향후 우리의 화폐가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건전한 통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화폐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언제까지 Fed 정책에 노심초사하며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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