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은 사이버범죄 퇴치 동반자

입력 2015-09-18 18:31
해외발(發) 사이버범죄 피해 640억원
국제 협력과 함께 국민공조 절실

이상원 < 경찰청 차장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다가도 이에 적응하게 되면 편안함을 느낀다. 범죄라는 환경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범죄에 대한 대처방법은 잘 알고 있으나,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면하면 어려움을 느낀다. 사이버 범죄가 그렇다. 그중에도 해외발(發) 사이버 범죄는 심각성을 더한다. 해외에서 범죄가 행해지고 국내에 피해가 발생하기에 추적이 쉽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나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해외발 사이버 범죄는 이런 대형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범죄 조직은 외국에 활동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 스미싱, 파밍 등 국민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범죄를 자행한다. 작년 한 해 피해액만 640억원에 달해 국부 유출은 물론 서민경제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중대한 문제다. 많은 나라가 해외발 사이버 범죄를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정보교환의 어좆? 적시성의 문제 등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하지만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다. 우리 경찰은 어려운 여건에도 해외발 사이버 범죄 척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 범죄 세미나를 열고,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협력 약정을 체결하는 등 공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형성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최근 1년간 태국 등 동남아 국가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9건의 사이버 도박 범죄 집단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에는 미국 FBI와 공조로 이메일을 해킹해 무역대금을 편취하려던 나이지리아 범죄 조직을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검거하기도 했다.

위의 성과들은 우리 경찰의 수사역량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 공조는 쉽지 않다. 외국과의 수사 핫라인 연결과 공조채널 구축에 많은 정성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처럼 신뢰 형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국가 간 인식의 차이가 공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관심도 필요하다. 경찰의 범죄예방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 사이버 범죄라는 낯선 존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국민이 단순한 치안 수요자가 아닌 치안정책의 동반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해외발 사이버 범죄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경찰과 국민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과의 내부적 공조, 세계 각국과의 외부적 공조로 해외발 사이버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소망해 본다.

이상원 < 경찰청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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