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기업의 만남…'창조농업' 씨앗 뿌렸다

입력 2015-09-18 07:00
제1회 상생협력경연대회

네이버·현대백화점 등
10개사 협력 우수사례 선정
농식품부, 제도적 지원 나서


[ 고은이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수백여명의 기업인과 농업인이 ‘상생협력관’ 앞에 북적였다. 농업-기업의 다양한 상생협력 사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농업과 기업이 함께하는 상생협력 경연대회’를 열었다. 미래성장산업으로서의 농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농업과 기업이 협력하는 우수 사례를 발굴, 시상하기 위한 자리로 올해가 첫 행사다.

부가가치 높아진 상생협력

농식품부와 대한상의는 서면·발표·현장 평가를 거쳐 10개 기업을 최종적인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네이버, 현대백화점, 죽장연, 스타벅스-미듬영농조합, 이마트, 롯데마트, KT, SPC, 국순당이 첫 수상자가 됐다.

경연 심사를 맡은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비燦?분야와의 협력이 돋보이는 사례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네이버는 농·수·축산품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인 ‘프레시윈도’를 개설해 농가의 판로 확보를 지원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서비스 초기 60여개에 불과했던 프레시윈도의 제공 상품 수는 현재 430여개에 달한다. 이 서비스로 월 1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가만 제주, 강원, 경북 등 전국 각지에 11곳에 이른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농촌 체험마을, 농가 맛집, 농촌 교육농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교육도 하고 있다.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여러 방면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이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먹거리와 명인(名人)을 찾아 그 가치와 스토리를 상품으로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명인명촌’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2009년 명인명촌 브랜드가 생긴 이후 전국 32곳 지역에서 62명의 명인이 발굴됐다. 브랜드 매출은 2009년 4억원에서 올해 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먹거리 판매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명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한 명인명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단순한 영리 추구보다 사회적 역할에 가치를 두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식품 폐기물로 농산물 생산

이날 행사엔 중국과 일본 농업 전문가들도 참석해 각 국가의 상생협력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 유명 유통기업 이토요카도는 순환형농업 전용 농장 ‘세븐팜’을 운영하고 있다. 이토요카도 점포에서 배출되는 식품 폐기물로 비료를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2008년 시작된 세븐팜 농장은 현재 10개로 늘었다. 108명의 농부가 200㏊에 달하는 농장에서 농산물을 생산해낸다.

쓰치바야시 가즈히로 이토요카도 청과부 팀장은 “세븐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08년 26.5%였던 기업 내 재활용률을 47.5%까지 끌어올렸다”며 “현재 세븐팜 연 매출은 7억2000만엔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을 더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의 동반성장지수 산정 시 기업이 농업 부문에 기여한 것이 있을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동반성장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또 농식품 사업의 해외 시장 개척과 판촉·홍보, 식품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 유명 주산지 중심 경영체와 수요가 있는 기업 간 매칭도 해준다. 감자, 콩 등 주요 품목별 상생협의체도 활성화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기업 퇴직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상의 상생협력 경영자문단을 통해 수출 노하우와 기술역량을 전파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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