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 환경에서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외국기업 CEO 좌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엉터리 규제, 정치권 횡포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생태계가 기업을 옭아매고 비용을 높인다.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게 외국인 CEO들에겐 고역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조로 인한 고비용 구조가 심각하다. 한국GM은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5년간 인건비를 50%나 올렸다고 한다. 생산비용이 2002년 대비 2.39배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폭 1.4배의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평균 26.4시간이 들어 미국GM의 23.4시간보다 오히려 밀린다. 비용은 많이 든다. 노동생산성이 사실상 세계 꼴찌라는 통계도 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해고가 어려운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의 강성 노조로 인한 경직적 노동시장의 해결책은 계속 꼬여만 간다. 한국 투자를 줄이고 대(對)중국 투자만 늘리는 외국 기업이 증가하는 이유다.
각종 규제도 외국 기업들의 비용을 올리는 요소다. 한국GM은 탄소배출 규제 등 자동차산업에 대한 환경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고 밝히고 있다. 비단 환경규제만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활동에 규제가 얽혀 있다.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그림자 규제’도 부지기수다. 한국에서 기업하려면 이런 규제들과 항상 싸워야 한다.
결국 정치가 이런 고비용 구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국회는 각종 규제법을 매일같이 찍어내는 것은 물론 기업가들을 툭하면 불러내 호통을 친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가 계속되는 생태계에선 기업이 견딜 수 없다. 외국 기업들은 들어오지 않고 한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떠나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수준이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낮은 것은 그 결과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내수시장이 커서 시장을 보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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