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금융사서 받은 대출, 수수료 없이 7일 내 취소 가능

입력 2015-09-16 18:29
수정 2015-09-17 06:00
대출 철회권 도입

우체국·새마을금고 제외
원리금·근저당설정비 등 부대비용은 상환해야

급히 돈 빌렸다 철회하는 블랙컨슈머 증가 우려도


[ 박동휘/김일규 기자 ]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7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 신용대출은 4000만원 이하가 대상이며 철회권을 행사하면 대출기록도 삭제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대출청약 철회권 도입 방안을 16일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받은 뒤 조기 상환하면 원리금 외에 약 30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더 내야 하지만 내년부턴 대출 7일 이내에만 철회하면 근저당설정비 등 부대비용 150만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내년부터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주택금융공사 등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7일 이내에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농·수협 단위조합은 철회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성기철 금융위 소비자금융과장은 “우체국 등을 담당하는 관계부처와도 협의해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대형 대부업체 대출에도 철회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년 하반기 중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회권이 적용되는 대출 상품은 리스와 보험계약대출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다. 서민들의 금융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를 감안해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 신용대출은 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7일 이내에 대출약관에 표시된 주소 및 연락처로 서면, 전화, 이메일 등을 보내면 된다. 7일의 첫 번째 날은 계약서류를 발급받은 날이나 대출금을 받은 날 중 나중에 발생한 날로 정한다. 돈을 빌린 금융회사 본·지점에 관련 서류를 송부한 시점부터 철회 효과가 발생한다.

성 과장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대출받은 사람을 구제해주자는 제도”라며 “이런 이유로 법인 대출은 제외했고 개인사업자대출도 제도 정착 추이를 봐가며 철회권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청약 철회권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철회권이 행사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해외 근무 등 갑작스러운 신상 변동으로 대출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첫 번째다. 다음으론 블랙컨슈머들이 대출 철회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대출은 계약을 해지해도 물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나 부대비용이 거의 없고 철회권이 도입되면 대출기록도 삭제돼 갈아탈 유인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1~2곳이 내년 설립되는 데다 일본계 은행들도 저금리를 무기로 대출 경쟁에 나서려 한다는 점도 대출 갈아타기를 부추길 전망이다.

시중은敾?대출청약 철회권 도입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거액을 대출받아 며칠 쓰고 나서 곧바로 계약을 철회하는 등 은행 대출이 급전 대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만 하더라도 서류 작성 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철회권을 도입해 대출 갈아타기가 만연하면 이를 처리하느라 은행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김일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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